정치 경제 사회 담당
20년 장기집권구도 집착
검찰 대체 권력기관 역할
이낙연의 정치력 시험대
20년 장기집권구도 집착
검찰 대체 권력기관 역할
이낙연의 정치력 시험대
검찰개혁의 완결판이라고 자처하는 공수처를 거대 여당의 힘으로 단독 출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평소 현자(賢者) 이미지를 보여주던 이 대표가 드디어 '분파적' 정치지도자로의 변신을 작심한 듯하다. 조국과 추미애 전·현직 법무장관이 휘두르던 '조자룡 헌칼'을 이어받을 모양이다.
대선후보로 낙점을 받으려면 공수처 총대를 메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일단 효과는 "글쎄올시다"이다. 이후 진행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조사에서 지지도가 전달보다 4%포인트나 빠진 17%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20%에 못 미쳤다.
국민 열명 중 네명이 '코로나 블루'를 앓고 있다. 전시를 방불케 하는 위급상황이다. '제2의 나훈아쇼' 같은 위안거리를 제공하지는 못할망정 파멸적 정쟁거리의 등장이다. 이도저도 권력쟁취용 패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불쾌지수가 치솟는다.
이 와중에 추미애 법무장관이 세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 윤석열 검찰총장을 급박했다. 22일 대검 국감장에서 터질 윤 총장의 '말 폭탄'에 이목이 쏠린다. 일견 '정의의 사도'를 자임하는 장관과 야당의 성원에 힘입어 '절름발이 검찰'을 지키려는 검찰총장의 진검승부로 읽히지만 내막은 단순치 않다. 공수처 출범 전 최후의 정지작업이다.
바야흐로 공수처의 시간이다. 공수처가 뭐길래 이렇게 '난리 블루스'를 출까. 수사지휘권 폐지와 솎아내기 인사, 장관 지휘권 발동을 통해 검찰은 사실상 무장해제됐다. 사법부와 검찰·경찰을 손아귀에 쥔 집권세력이 공수처까지 꿰차려는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답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지난달 22일 이해찬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돌출된 "가자! 20년!" 건배사에 그 진실이 담겨 있다. 이 자리에 모인 여권 핵심부는 "가자!"라는 선창에 "20년!"이라는 떼창으로 화답했다. 앞으로 20년을 더 집권하자는 결기 어린 다짐이다.
공수처에 왜 집착하는지 이유를 알만하다. 공수처를 향후 20년 장기집권 시나리오의 문을 여는 열쇠로 여긴 것이다. '공수처장 1명만 잘 뽑으면' 상대방 표적수사, 우리편 지키기 편파 기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기소권 양날을 장착한 공수처 통제를 통해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계산이다.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이낙연 대표가 조급증을 내는 느낌이다. 진흙탕 정치판에서 이 대표의 현자 이미지는 소중한 자산이다. 야당에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주고, 공수처를 받는 빅딜도 방법이다. 아니면 공수처법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 포용력을 보여줬으면 한다. '공수처=장기집권' 구도의 불식이 우선이다.
이대로 가면 공수처는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업적으로 남기보다 검찰권력을 대신하는 또 다른 권력기관의 탄생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공수처는 주인에게 복종하는 '사냥개'가 아니라, 아무나 무는 '미친개'로 표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디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joo@fnnews.com 노주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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