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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감원, 서릿발 모범 보여야 영이 선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1 18:04

수정 2020.10.21 18:04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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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2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등록취소 결정을 내렸다. 금융사에 내리는 제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다. 금감원은 또 라임자산운용 대표와 전 부사장 등 핵심 인력에 대해 해임을 요구했다. 제재심 결정은 조만간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금감원 건의는 큰 변동 없이 수용되는 게 상례다.

등록 취소는 불가피하다.
라임은 사모펀드 시장을 분탕질한 장본인이다. 돈을 굴린 행적을 짚어보면 사기에 가깝다. 부실 은폐, 돌려막기 등 온갖 편법을 썼다. 이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까지 잇따라 터졌다. 사모펀드 사태로 정치권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불똥은 법무부와 대검 간 정면충돌로까지 번졌다. 한마디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최초 원인 제공자인 라임자산운용을 그냥 둘 수 없다.

금감원의 권위 실추도 짚고 넘어갈 문제다. 금감원은 금융을 감독하라고 만든 기구다. 하지만 사모펀드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것은 물론 뒷수습도 매끄럽지 못하다. 무엇보다 금감원 스스로 이번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전·현직 직원들의 이름이 자꾸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러니 금감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금융사에 영이 서지 않는다.

지난 7월 금감원은 라임이 운용한 무역금융펀드 투자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 책임은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에 지웠다. 이때도 금감원이 감독 부실 책임을 금융사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감원은 이달 말 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심을 열 계획이다. 대형 증권사 대표들에겐 직무정지를 염두에 둔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실제 중징계가 나오면 그동안 쌓인 금융사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금감원 결정이 수용성을 가지려면 먼저 내부 정비안부터 내놓는 게 순서다. 사모펀드 사태의 법적인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기 전이라고 미적거리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을 야단치기 전에 제 몸가짐부터 바로 해야 한다. 감독 당국 스스로 서릿발 같은 모범을 보여야 피감기관에 영이 서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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