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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5형제' 미래사업 재편해 고공행진… R&D 집념 통했다 [LG 실적 '턴어라운드']

김서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2 18:13

수정 2020.10.23 10:35

가전·자동차전지·OLED 등
주력 계열사, 포트폴리오 새로 짜
LG유플러스·LG이노텍도
잘나가는 사업에 투자 집중
비대면 정착에 패널수요도 급증
'LG 5형제' 미래사업 재편해 고공행진… R&D 집념 통했다 [LG 실적 '턴어라운드']
평균적인 고객 요구에 대응하는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더 이상 선택받기 어렵다.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지금이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할 변곡점이다." 지난 9월 22일 LG 사장단 워크숍 당시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은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집요함'을 주문했다. 구 회장의 이같은 집요한 변화가 취임 2년 만에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새 포트폴리오를 갈아입은 LG 주력 계열사 실적이 그야말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LG전자의 가전, LG화학의 자동차 전지,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주력 계열사의 미래 핵심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결과가 빛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D,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


22일 LG그룹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발표한 3·4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7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치킨게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생산할수록 손실을 누적해왔으나, OLED 사업 재편으로 영업이익 1644억원의 '깜짝 실적'을 달성해낸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그룹 내 유독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지난해 1·4분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된 영업손실만 2조2000억원이 넘는다. 구 회장이 LG디스플레이 사업구조와 포트폴리오 전환을 속도감 있게 진행한 이유다. 구 회장은 '전략·재무통' 정호영 사장을 낙점하고 강도 높은 사업구조 재편을 주문했다. 이후 LCD 사업부를 OLED 사업분야로 전환 배치하고 2000~3000여명 규모의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번 깜짝 실적은 코로나19 장기전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생활 정착으로 급증한 IT 패널 수요가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재택근무·온라인수업 정착으로 직전 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정보기술(IT) 패널 매출 비중이 43%로 가장 컸다.

여기에 7월 본격 양산을 시작한 중국 광저우 OLED 팹도 한몫했다. 올 하반기 출하량을 상반기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700~800만대 수준의 성장을 이끌어 낸다는 목표다. 중국 저가 패널에 사양 산업화된 LCD 부문은 '강한 것을 더 강하게 가져간다'는 구조혁신의 기본방향을 유지하면서 국내 LCD TV용 일부 생산 라인을 IT용으로 추가 전환, 시장의 기회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강화한다.

구광모 '선택과 집중' 전략 결실


구 회장이 2018년 취임 이후 주요 계열사의 핵심 사업 위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 결과가 이번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구 회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이노텍 등 5개 주요 계열사에 소위 '잘나가는' 사업군에 투자를 집중하고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식으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료전지 사업 청산과 수처리 사업을 청산했고, 같은 해 LG디스플레이는 조명용 올레드 사업을 매각했다.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 사업을 3560억에, LG화학은 LCD 편광판 사업을 1조 3000억원에 매각했다. LG화학은 28년 동안의 투자와 기술 개발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 올해 8월까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LG의 전장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그룹 자동차부품 수주 잔액도 200조원을 훌쩍 넘는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에서 150조원 이상, LG전자 전장사업에서 53조원, LG이노텍이 10조원 등 수주 잔액을 기록했다.


구 회장은 비주력 사업 정리와 함께 미래 사업에도 확실하게 투자하고 있다. LG전자는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의 경영권과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했고, LG화학이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LG생활건강이 미국 뉴에이본·일본 에바메루 인수· 피지오겔의 지역 사업권 인수 등 성장사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 분야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LG 관계자는 "LG전자는 언택트 트렌드에 앞선 혁신제품 출시를 가속화하며 실적을 내겠다"고 전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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