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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전동 킥보드, 의무보험화 필요하다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2 18:16

수정 2020.10.23 09:52

[여의도에서] 전동 킥보드, 의무보험화 필요하다
'거리의 무법자' '킥라니'

전동 킥보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만 찍으면 바로 빌릴 수 있고, 정해진 주차 구역이 없어 도착지 주변에 세우면 바로 반납할 수 있어 편리한 전동 킥보드를 시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대중교통을 꺼리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가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우선 관련 사고가 급증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관내 공유형 개인형 이동장치는 2018년 150여대에서 2020년 3만5850여대로 239배 급증했다.
사고건수도 2017년 29건, 2018년 50건, 2019년 134건으로 2년 사이 4.6배 증가했다. 심지어 최근 전동 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다가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일반 시민들의 불편함 또한 커지고 있다. 차도는 물론 인도에서 운행되면서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고, 무분별하게 세워져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빠른 속도로 달리며 보행자나 자동차 운전자를 깜짝 놀라게 해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뛰어나와 운전자를 위협하는 고라니에 빗대 '킥라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오는 12월부터는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에서도 전동 킥보드는 뜨거운 감자다.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전용 보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선뜻 보험상품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전동 킥보드의 사고위험률 자체가 워낙 높고 제대로 된 위험률 산정도 안된 상태이다. 또한 전용 보험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 수요를 가늠할 수 없다. 특히 전동 킥보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없어 관련 상품 개발도 쉽지 않다.

다만 현재 전동 킥보드 관련 보험은 전동 킥보드대여업체와 보험사 간 맺은 단체보험이 있다. 하지만 이 단체보험은 대여업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다수가 대인만 담보로 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 이용 중 대물(주차된 차량 등) 사고 시에는 이용자가 배상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대체로 전동 킥보드 고장에 따른 이용자 피해만 보상해주는 형태이다 보니 이용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 시에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개인 소유 전동 킥보드의 경우엔 가입 가능한 보험이 전무하다.

물론 일반 시민이 전동 킥보드로 인해 사고를 당했을 때는 가족 중 자동차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보험에는 무보험 자동차 상해 담보라는 게 기본적으로 있는데, 이를 통해 치료비를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치료비에 대한 구상권은 보험사가 사고를 낸 이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전동 킥보드로 인한 선량한 시민의 피해를 보상해준다는 취지인데, 급증하고 있는 전동 킥보드 이용 현황을 고려하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자동차보험처럼 전동 킥보드 이용자에 대한 의무보험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사고가 급증하고 이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용 보험 출시도 그 이후에 가능하다. 사고 발생에 따른 땜질식 처방보다는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년 2월 가입이 의무화된 '맹견책임보험'처럼 의무보험화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동 킥보드 관련해 정부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금융부 차장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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