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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인]앙리오 샴페인 기울여보세요..순백의 은은한 별빛이 쏟아져 들어와요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6 16:00

수정 2021.02.03 21:22

프랑스 상파뉴의 우아한 샴페인 하우스 '앙리오' 샴페인 5개 제품 시음회
앙리오(Henriot) 샴페인.
앙리오(Henriot) 샴페인.


[파이낸셜뉴스] '은은하지만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백의 스타일'
프랑스 상파뉴의 와이너리 '앙리오(Henriot)'는 자신들이 만드는 샴페인 스타일을 이렇게 정의한다. 참 모호한 말일 수 있지만 앙리오의 샴페인을 마주하고 잔을 기울이는 순간 이들이 추구하고, 빚어내고, 말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샤르도네를 주요 품종으로 빚어내는 앙리오의 샴페인은 그 맛과 향이 은은하지만 절제된 화려함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잘게 쪼개지는 기포를 계속 올려보내는 이 와인은 정말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흰색에 약간의 아이보리 색이 가미된 고급스런 실크 스카프가 목덜미에 살짝 얹혀지는 그런 느낌이다.

나라셀라 신성호 이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WSA아카데미에서 열린 앙리오 샴페인 시음회에서 와이너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나라셀라 신성호 이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WSA아카데미에서 열린 앙리오 샴페인 시음회에서 와이너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라셀라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WSA아카데미에서 프랑스 상파뉴에 위치한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 '앙리오' 샴페인 시음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우리나라 참가자들과 프랑스 상파뉴 현지에 있는 샴페인 앙리오의 셀러마스터 2명이 화상으로 연결해 질문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샴페인 앙리오는 1808년 꼬 데 블랑(Cote des Blanc)에서 처음 시작해 현재 8대 손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족경영 와이너리다. 프랑스 푸르고뉴 최대 네고시앙인 '부샤드 페레 에 피스(Bouchard Pere & Fils)'를 비롯해 샤블리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윌리엄 페브르(William Fevre)', 로버트 파커 주니어가 주주로 있는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보 프레레(Beaux Freres)'를 소유하고 있는 와인 명가다.

샴페인 앙리오는 국내외에서 알려진 것보다 훨씬 고급 샴페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상퍄뉴에서 샤르도네 품종이 많이 심어진 꼬 데 블랑에서 시작한 와이너리인 만큼 샤르도네를 주요 품종으로 피노 누아를 섞어 와인을 빚는다. 피노 뫼니에는 숙성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또 보유하고 있는 전체 35㏊, 25개 크뤼 중 그랑크뤼 밭과 프리미에 크뤼 밭이 70%에 육박한다. 상파뉴 지역 와이너리의 평균이 그랑크뤼 14%, 프리미에크뤼 18% 등 총 32%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앙리오는 리저브 와인을 많이 사용하기로도 유명하다. 최소 30% 이상을 사용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와이너리의 15~2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앙리오 샴페인을 만드는 셀러 마스터 로랑 프레스네(오른쪽).
앙리오 샴페인을 만드는 셀러 마스터 로랑 프레스네(오른쪽).


좋은 샴페인의 조건은 해당 와이너리가 좋은 밭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샤르도네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리저브 와인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척도다.

이처럼 좋은 조건의 포도를 통해 얻은 원액으로 블렌딩 마술을 펼치는 셀러 마스터 '로랑 프레스네(Laurent Fresnet)'도 아주 유명하다. 로랑 프레스네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 최고의 셀러마스터를 뽑는 '올해의 스파클링 와인메이커' 상을 3번이나 수상한 스타다. 그는 "샴페인에 있어서 샤르도네는 다른 품종과 어울릴때 더 빛을 내는데 앙리오는 샤르도네를 가장 잘 다루는 와이너리"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나온 와인은 '샴페인 앙리오 브뤼 수버랭 N/V(Champagne Herniot Brut Souverain N/V)', '샴페인 앙리오 브뤼 로제 N/V(Champagne Herniot Brut Rose N/V)', '샴페인 앙리오 브뤼 빈티지 2008(Champagne Herniot Brut Vintage 2008)', '샴페인 앙리오 블랑 드 블랑 N/V(Champagne Herniot Blanc de Blanc N/V)', '샴페인 앙리오 뀌베 에메라 2006(Champagne Herniot Cuvee Hemera 2006)' 등 총 5가지다. 각 와인의 시음 느낌을 적는다.

■샴페인 앙리오 브뤼 수버랭 N/V(Champagne Herniot Brut Souverain N/V)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45%, 피노 뫼니에 5%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샴페인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품질을 보여준다. 옅은 금색의 빛깔에서는 기포가 다소 굵게 올라오지만 잘 익은 배 향과 사과 향, 감귤류의 향이 함께 올라온다. 특히 버터리 한 느낌의 이스트 향이 고급스럽다.

입에 넣어보면 미네랄과 신맛이 아주 좋다. 산도는 다소 카랑카랑한 느낌도 있지만 세련된 질감이다. 중간 정도의 바디에 은은한 이스트 향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샴페인 앙리오 브뤼 로제 N/V(Champagne Herniot Brut Rose N/V)
샴페인 앙리오 브뤼 로제 N/V(Champagne Herniot Brut Rose N/V)


■샴페인 앙리오 브뤼 로제 N/V(Champagne Herniot Brut Rose N/V)
피노 누아 50%, 샤르도네 40%, 피노 뫼니에 10%가 블렌딩 된 로제 와인이다. 리저브 와인을 35% 정도 포함시키는 와인으로 아주 연한 색깔의 와인이다. 로제임에도 옅은 핑크빛에 약간의 금빛도 살짝 돈다.

섬세한 기포가 계속 올라오며 잔에서는 붉은 색 과일 향이 지배적인데 딸기 향이 가장 두드러진다. 그러나 전체적인 과실 향은 다소 무거운 느낌도 든다.

입에 넣어보면 미네랄 느낌이 아주 좋으며 너티한 향과 핵과일 향도 숨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운도 길게 이어지며 향이 계속 남는다.

샴페인 앙리오 브뤼 빈티지 2008(Champagne Herniot Brut Vintage 2008)
샴페인 앙리오 브뤼 빈티지 2008(Champagne Herniot Brut Vintage 2008)


■샴페인 앙리오 브뤼 빈티지 2008(Champagne Herniot Brut Vintage 2008)
피노 누아 53%, 샤르도네 47%로 만든 고가의 빈티지 와인이다. 빈티지 와인은 포도 품질이 완벽한 해에만 생산되는 와인이다.

독특하게 연두 빛이 가미된 레몬 색을 띠는 와인으로 이스트 향이 아주 강하다. 잔을 가져가기도 전에 이미 효모 향이 풍기며 코를 가까이 하면 잘익은 배와 견과류 향도 묻어있다.

입에 넣어보면 살집이 아주 두툼하다 할 정도의 묵직한 바디감을 보이며 그 뒤를 산도가 아주 탄탄하게 받쳐준다. 삼키고 나면 뒤에 남는 이스트 향이 좋다. 갓 구워낸 빵보다는 더 숙성이 이뤄진 진한 이스트 향이다. 정말 맛있는 와인이다.

샴페인 앙리오 블랑 드 블랑 N/V(Champagne Herniot Blanc de Blanc N/V)
샴페인 앙리오 블랑 드 블랑 N/V(Champagne Herniot Blanc de Blanc N/V)


■샴페인 앙리오 블랑 드 블랑 N/V(Champagne Herniot Blanc de Blanc N/V)
샤르도네 100%로 만든 샴페인으로 옅은 볏짚색의 와인으로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밭에서 생산된 포도 80%를 사용했다. 리저브 와인을 최소 40% 이상 섞어 만들었다.

맑은 와인을 타고 올라오는 작은 기포는 흰꽃 향을 끊임없이 내뿜는데 매혹적인 이스트 향도 섞여 있다. 내추럴 와인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간 지린내를 닮은 향인데 아주 독특하다.

입에 넣어보면 잘 익은 서양배의 시고 단 맛이 먼저 반긴다. 이어 매혹적인 꿀향과 레몬향이 들어온다. 삼키고 난 후에는 꿀향은 금새 사라지고 약간의 신맛과 진한 이스트향이 계속 맴돈다.

샴페인 앙리오 뀌베 에메라 2006(Champagne Herniot Cuvee Hemera 2006)
샴페인 앙리오 뀌베 에메라 2006(Champagne Herniot Cuvee Hemera 2006)


■샴페인 앙리오 뀌베 에메라 2006(Champagne Herniot Cuvee Hemera 2006)
'빛의 여신', '낮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진 '에메라' 이름을 사용하는 앙리오의 시그니처 와인이다. 피노 누아 50%, 샤르도네 50%를 섞어 만들었으며 6개의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나는 최상급 포도를 사용한다. 옅은 금색 또는 볏짚색을 띠는 와인은 정말 반짝거린다. 섬세한 기포가 정말 잔잔하게 올라오지만 의외로 잔에 코를 가져가면 의외로 향이 강하지 않다. 이스트 향이 살짝 올라오고 잘익은 서양배 향이 섞여 있는 정도다.

그러나 입에 넣는 순간 반전이 일어난다. 정말 고급스런 과실 향이 강하게 올라온다. 꿀 향도 같이 섞여 있는데 그 향의 농축도나 질감이 고갱이 같이 아주 고급스럽다. 좋은 꿀에 서양배를 재워놓은 것을 한 입 떠 넣은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바디가 아주 무겁고 산도도 카랑카랑하지 않고 진중하다.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진 후엔 이스트 향과 산도가 갈수록 강해진다.
정말 좋은 와인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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