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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한국서는 공짜網 쓰겠다는 넷플릭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7 16:01

수정 2020.10.27 16:01

[이구순의 느린걸음] 한국서는 공짜網 쓰겠다는 넷플릭스
[파이낸셜뉴스] “한국 인터넷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망 사용료는 전세계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담당자의 국정감사 답변을 듣고 혼란스러워졌다. 전세계적으로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말인가? 해외에서는 한국 인터넷 사업자들과 다른 방식으로 망 사용료를 지급한다는 말인가?
세계 최대 동영상 업체 넷플릭스와 한국 인터넷 사업자들이 수년째 끌고 있는 통신망 사용료 논란은 처음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였다.

인터넷서비스 사업이라는 것을 단순하게 말하면 통신망을 깔아 그 사용료로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통신망은 인터넷 회사의 상품이다. 인터넷 회사와 사용자가 통신망 사용 계약을 하면서 어떤 경우에는 할인을 받을 수 있고, 통신망 사용료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붙이도록 흥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상품을 아예 공짜로 쓰겠다고 배짱을 부리는 사례는 사실 못봤다. 일반 소비자가 인터넷 회사에 찾아가 "앞으로 통신망 사용료는 돈 많이 버는 대기업에 받고, 나에게는 공짜로 인터넷을 제공하라"고 주장한다면 누구하나 귓등으로라도 듣겠는가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넷플릭스는 한국 인터넷 회사와 사용료를 흥정하는 대신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라는게 상대방에게 돈을 줄 의무가 없다는 것을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말이다. 꾼 돈을 이미 다 갚았거나, 아예 돈을 빌리지 않아 채무가 없다고 주장할 때 이 소송을 한다. 그런데 버젓이 인터넷 회사의 통신망을 쓰면서 돈을 낼 이유가 없다는 넷플릭스는 무슨 배짱인걸까.

사업의 세계에서 씨알도 안 먹히는 공짜논리를 얘기하는 글로벌 장사꾼 넷플릭스의 도통 이해되지 않는 논리를 보면서 잠깐 고민하게 된다. 한국의 인터넷 사업자들이 국내 경쟁에 눈이 멀어 한국에서는 통신망을 공짜로 쓸 수 있다는 밑자락을 깔아준 것은 아니었던가 싶어서다. 경쟁회사 가입자 뺏기에 넷플릭스를 끌어들이면서 한국의 통신망은 공짜라고 스스로 내준 것 아니었던가 돌아보게 된다.

정부 정책도 한몫 거든 것 아닌가 짚어본다. 20여년전 콘텐츠 산업을 지원하겠다며 통신망은 싸게 사용하도록 만들어 놓은 정책을 현실에 맞춰 손보지 않아 화근을 만든 것 아닌가 싶다. 수입은 없고 아이디어만 있는 스타트업들이 콘텐츠 산업의 주류였던 당시 만들었던 통신망 비용 정산 체계를 글로벌 공룡 콘텐츠사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밖에 없도록 정책손질에 게을렀던 것은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법원 판결에 토 달기는 조심스럽지만, 한국 법원의 판단도 법 논리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거대 글로벌 기업의 명분에 더 귀를 기울인 것 아닌가 살펴보게 된다.

넷플릭스가 해외에서는 통신망 사용료를 내는지, 안내는지가 핵심이 아니다.
원칙은 국내외 막론하고 누구나 인터넷 회사의 상품인 통신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단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그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한국의 소비자들이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통신사업자도, 정부도 법원도 그 핵심을 알아줬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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