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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시가 현실화율 90%, 조세저항 대책 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7 18:03

수정 2020.10.27 18:03

보유세 강화는 옳지만
지나치게 서둘면 사달
국토교통부 주최로 27일 서울 서초구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이 영상으로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국토교통부 주최로 27일 서울 서초구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이 영상으로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초안이 27일 공청회에서 나왔다. 줄잡아 8~15년에 걸쳐 땅·집값의 현실화율을 90%로 올리는 안이 유력하다. 현실화율은 시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말한다. 9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땅은 8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10년, 단독주택은 15년으로 추산됐다.
공청회는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국토연구원이 주관했다. 국토부는 공청회 의견 수렴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공시가격 제도는 크게 손질할 때가 됐다. 땅 공시지가 제도는 31년 전, 주택 공시가격 제도는 15년 전에 도입됐다. 한국만큼 땅값, 집값이 심하게 바뀌는 나라도 드물다. 그러다보니 공시가격 제도는 누더기가 됐다. 현실화율도 들쭉날쭉이다. 현재 땅은 평균 65.5%, 공동주택은 69%, 단독주택은 53.6% 수준이다. 같은 아파트라도 시세에 따라 현실화율이 천차만별이다. 비싼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높고 싼 아파트는 낮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산출 기준이 된다. 상속세·증여세도 공시가격을 기초자료로 삼는다.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공시가격 제도는 진작에 고쳐야 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두가지를 주문한다. 먼저 조세저항을 부르지 않도록 현실화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바란다. 공시가격을 올리면 단박에 보유세가 뛴다. 집주인 입장에선 사실상 증세다. 벌써 올해 재산세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란 이들이 많다.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은 서울의 경우 15% 가까이 올랐다. 공시가격이 세금은 물론 기초연금, 개발부담금, 경매, 소송 등의 기초자료로 쓰인다는 점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현실화율 90%에 도달하는 기간을 꼭 10년에 맞출 이유는 없다. 단독주택 15년도 마찬가지다.

다른 하나는 거래세 인하다. 증세가 목적이 아니라면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 양도소득세·취득세 같은 거래세는 숨통을 트는 게 맞다. 그래야 시장에서 거래절벽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은 보유·거래 양쪽을 다 틀어막았다. 그러니 시장이 매끄럽게 굴러가지 않는다.

공시가격 산정 방법과 절차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행여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끼어들 여지를 주어선 안 된다.
공정한 기관이 객관적으로 가격을 매겨야 이의신청이 폭주하지 않는다. 재차 강조하지만 공시가격은 부동산 관련 세금은 물론 복지, 부담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자료로 활용된다.
방법과 절차가 불투명하면 또 다른 저항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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