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나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8 18:00

수정 2020.10.28 18:00

[특별기고]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나라
지난 주말 이건희 삼성 회장이 7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그의 일생이 조망되고 있다. 이 회장 사망을 계기로 기업가 정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기업가 정신은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가 정의한 것처럼 기술의 혁신과 도전 등 훌륭한 의미로 통용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 기업가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존경을 받기보다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고, 심지어는 구속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개인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해주고,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가치의 일부를 세금으로 낸다. 기업이 없다면 일자리도 없고 사회가 유지되기 어렵다. 이윤획득이 기업의 원래 궁극적 목표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환경, 여성인재 양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공헌사업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날로 커지고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키움이를 볼 때마다 이 회장이 생각난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견종으로 삼성 안내견학교 출신이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지만, 안타깝게도 시험에 탈락했다. 합격률이 30%에 불과한 어려운 시험이다. 시각장애인에게 눈이나 다름없는 안내견을 무료로 분양하는 안내견학교 설립과 운영에는 이 회장의 공이 크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키움이를 키운 지 이제 막 100일이 지났지만 한 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수고와 정성이 담겨 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이 사업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여성인재 활용에서도 삼성그룹은 1994년부터 대졸 여성공채를 실시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여성임원을 발탁했고, 남녀 구별 없는 우수한 인재 등용이 삼성의 중요한 기업가치가 됐다. 여성인재는 미래의 자산이라는 삼성 광고도 등장했다. 2000년대 중반으로 기억한다. 당시 여성부 장관에게 삼성 임원을 대상으로 양성평등교육을 실시해달라고 요청해 실현된 적도 있었다. 삼성의 그런 적극성이 한국 기업의 여성인재 등용을 촉진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여성인재 활용을 기업의 핵심 어젠다로 삼고 있기는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2011년까지 하나도 없었던 여성임원이 신동빈 부회장 취임을 계기로 매년 증가해 지금은 36명에 이르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가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실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많은 경영인들이 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해 기업을 경영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내가 아는 한 CEO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며 사는 것 같다고 한다. "CEO의 의무를 규율한 법이 백 가지가 넘으며 그 법 중 하나라도 삐끗하면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 상황이에요."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정비례해야 바람직한 관계일 것이다. 정부는 기업이 잘되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상생의 관계가 되는 것이 모범적 사회다. 그런 풍토에서 혁신으로 무장된 기업가 정신이 우버,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등 첨단기업을 탄생시킨다.

우리도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기업가 정신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국민이 요구해서도 아니고, 기업이 원해서도 아니다. 그것이 시대의 소명이며,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고 이건희 회장의 명복을 기원한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