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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LG화학 배터리 분사, 국민연금이 길 터주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8 18:00

수정 2020.10.28 18:00

LG화학 본사가 입주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뉴스1
LG화학 본사가 입주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뉴스1
국민연금이 LG화학의 배터리 분사 계획에 반대 입장을 냈다. 국민연금은 27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통해 취지는 공감하지만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반대 결정문을 냈다. 국민연금은 LG화학의 10.3%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대주주인 ㈜LG가 가진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0.1%다. 국민연금의 반대로 30일 주주총회에서 분할 안건의 통과 여부는 불확실해졌다.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이자 세계 시장에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다.
지난 3·4분기 실적은 창사 이래 최대였다. 그 견인차가 다름아닌 석유화학사업이다. 영업이익률이 20%를 넘었다. 배터리 부문을 따로 떼어내도 성장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워낙 석유화학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사업은 강력한 미래 성장 품목이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분야 투자는 빠를수록 이익이다.

시장은 국민연금의 반대를 의외로 받아들인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은 LG화학의 배터리 물적분할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독립된 법인을 통해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분할 이후 모회사 주가에 디스카운트 현상이 생길 수도 있으나 거꾸로 분할을 통해 오히려 회사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LG화학이 2대 주주와 충분히 소통을 못한 것은 아쉽다. 소액주주를 달래려 주당 최소 1만원 배당 등 여러 정책을 내놓긴 했으나 정작 국민연금을 설득하지 못한 것은 전략적 실패다.

전국민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주주가치와 수익률을 중심에 두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 분사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선택이다.
분사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1위 자동차 배터리 업체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분할 후 LG화학 주가가 꺾일 것이란 근거도 희박하다.
이를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배터리 분사의 길을 터주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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