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당한 지시도 겁나요"… 인기투표 전락한 서울시 '다면평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1 17:57

수정 2020.11.01 22:34

5급 이상·승진 앞둔 6급 대상
상급·동급·하급자가 평가
상관의 일방평가 보완했지만
여론몰이로 왕따·조직 갈등 유발
승진 누락·감봉 등 처벌도 과도
市 "최하·최고점 제외해 공정"
2017년 11월 작성된 서울시의 '직원다면평가활용확대계획' 문서. 첫번째 붉은 박스로 표시한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8조의4의 '2번 조항'은 2010년 7월 이미 사라진 조항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두번째 붉은 박스로 표시된 '지방공무원 다면평가 운영지침'에 담겨있는 내용인터라 현재 시행 중인 다면평가 제도의 시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직원다면평가활용확대계획 문서 캡처.
2017년 11월 작성된 서울시의 '직원다면평가활용확대계획' 문서. 첫번째 붉은 박스로 표시한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8조의4의 '2번 조항'은 2010년 7월 이미 사라진 조항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두번째 붉은 박스로 표시된 '지방공무원 다면평가 운영지침'에 담겨있는 내용인터라 현재 시행 중인 다면평가 제도의 시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직원다면평가활용확대계획 문서 캡처.

서울시가 2018년부터 확대 시행 중인 '다면평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관의 일방적인 평가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진이 누락되고 성과급까지 깎이는 탓에 과도한 처사라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반면 시는 최하·최고점수를 제외하는 등 공정한 평가가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폭언을 일삼고 불합리한 지시를 내리는 상관을 제지할 민주적 제도로서, 직원들의 호응도 좋다는 평가다.



승진 누락에 성과연봉도 하락


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승진심사, 성과상여금 등에 다면평가 결과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다면평가는 동료, 부하직원 평가를 통해 상관의 일방적인 평가를 보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5급 이상'과 '승진을 앞둔 6급' 직원이 대상이다. 3급 이상은 40명, 4급 이하는 50명의 상급·동급·하급자가 평가한다.

문제는 다면평가가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복지부동'을 일삼는 부하직원에게 내린 정당한 업무지시가 되레 여론몰이를 통한 낮은 평가 점수로 돌아온다는 불만이다.

한 서울시 팀장급 직원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승진을 앞둔 직원들 간 왕따, 끼리끼리 문화, 조직 갈등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제도로 전락할 상황에 부닥쳤다"고 털어놨다. 최근 승진한 간부도 "위에서 업무지시가 내려오면 이를 각 부서나 팀에 전달하기가 겁부터 난다"며 "각 부서나 팀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를 재촉하면 소위 나쁜 상사, 동료로 낙인찍혀 그 결과는 다면평가로 되돌아온다"고 전했다.

이같은 불신은 평가 결과의 활용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동일 직급 중 하위 10%에 들어간 평가대상자가 평균 40점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페널티가 부여된다. 승진이 누락되고 성과연봉도 한 등급 하락한다.

"최고·최저 제외 등 공정절차 마련"


반면 서울시는 다면평가가 비교적 공정한 평가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주장한다 시 관계자는 "다면평가 응답자 수가 30명이 넘으면 최저, 최고점수 평가자 3명을 제외하고 평가한다"며 "매번 평가 시 마다 페널티를 받는 숫자도 매우 적다"고 답했다. 특정인에게 50점(만점)이나 20점(최저점)을 부여하면, 종합 평가사유도 적어야 한다.

이 관계자는 "동급자나 하위직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에 민주적인 절차로 볼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 호응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시가 다면평가를 확대 시행하면서 부실한 법적 근거를 내세운 정황도 포착됐다. 2017년 말 작성된 '관리자 다면평가 활용·확대 운영 계획'에 따르면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8조의4'를 법적 근거로 내세웠다. 관련 조항 두 개를 적어뒀으나, 두 번째인 '평가결과를 특별승급, 성과상여금 지급, 교육훈련 및 보직관리 등…에 반영할 수 있다'는 조항은 문서가 작성될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다.
2010년 7월 사라진 조항이다. 7년 전 사라진 조항을 끌어다 법적 근거로 삼은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관련 내용은 행안부 운영지침에 담겨있어 (다면평가 시행에 대한) 법적 근거에는 문제없다"고 답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