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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로 노동시장 국경 사라져… 부의 편중 심화" [한미재무학회 지상좌담]

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1 18:02

수정 2020.11.01 19:05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망
예상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 덮쳤지만 기술발전 앞당기는 계기
비대면 생활화로 개인·가족 중심의 삶… 기업문화도 유연해져
노동집약 제조업 급속도로 쇠퇴하지만 서비스업은 성장세 지속
평생교육 더 중요해져… IT기반 플랫폼산업이 경제 주축 될 것
"재택근무로 노동시장 국경 사라져… 부의 편중 심화" [한미재무학회 지상좌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경제·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경쟁이 아닌 생존을 위해 정보기술(IT)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위험분산을 위한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고, 대안이 없는 회사는 임금삭감이나 대량해고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조업과 같은 노동집약 산업은 기회를 잃고 있는 반면 IT 기반의 플랫폼 사업처럼 기술집약 산업은 기존 경제·산업 토대의 균열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술발전을 촉진해 미래를 앞당겼다. 일터와 생활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경직됐던 기업문화도 유연해지고 있다.
하지만 전염병이 가져온 변화는 너무 갑작스러웠고, 아직은 생산적인 면보다 파괴적인 면이 더 부각되는 게 현실이다. 전염병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고, 부의 편중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은 어떤 논의를 해야 할까. 한미재무학회(KAFA)의 장기영 남플로리다대 교수(KAFA 회장)와 허산욱 뉴욕주립대 교수, 유세현 벨몬트대 교수, 김원용 옥스버그대 교수에게 진단과 개선 방향을 물었다.

―코로나19 확산은 언택트 경제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수혜기업 성장세 이어질까.

▲장기영 교수=안정성 있는 코로나 백신이 나와 많은 사람이 믿고 접종하기까지 비대면 수혜업종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비대면 수혜기업의 성장세는 업종 내 경쟁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화상회의 기업인 줌(Zoom)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으나, 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수요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허산욱 교수=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종식되기까지는 비대면 구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는 곧 비대면 영업에 대한 소비자·구매자의 선호가 존재하는 한 관련업계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유세현 교수=코로나 사태는 경제적 측면 외에 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고, 그 규모와 범위에서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유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경제적 봉쇄의 빗장을 걸었다 풀었다 하면서 거의 자연과학적 실험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가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변화를 이끄는 비대면의 생활화는 자연적으로 관련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원용 교수=미국의 경우 이전에도 스카이프, 줌과 같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재택근무가 상당히 보편화됐다. 또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이 큰 위협을 받을 정도로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은 급성장 중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런 경향성을 가속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줬고, 많은 기업이나 개인들이 이런 업무환경이나 생활에 점차 적응해 나감에 따라 비대면 수혜기업의 성장세는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19를 극복한 사회는 예전의 생활 형태로 되돌아갈지.

▲허 교수=많은 미국 기업들은 적어도 2021년 여름까지는 2020년 이전과 같은 사무실 근무 형태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코로나19가 사라진다고 해도 향후 5~10년간은 약 절반의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오피스나 건물을 매각하고 있다. 즉 근무형태가 영원히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외국 또는 타 지방의 고객사를 직접 찾아가 대면계약을 하던 것이 이제는 몇 차례 화상회의를 통해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교통이 혼잡한 대도시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 이전에는 특이한 것으로 느껴지던 것들(원격·재택근무)이 이제는 일상이 돼가고 있다.

▲유 교수=사회적 거리두기는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인위생수칙 등은 더 철저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의 삶에는 변화가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도 있지만 이번 사태는 우리가 사는 방식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급격히 가져올 것이다. 변화된 환경 아래서도 인류는 계속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영위할 것이다.

▲장 교수=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를 박멸시키지는 못하고 주기적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회가 빠르게 예전의 생활형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팬데믹 기간 습득한 새로운 기술방식은 삶의 방식을 개인과 가족 위주로 어느 정도 바꿀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공동체 안에서 연대하며 살고 싶어하는 사회적 본능이 있으므로 코로나19가 근본적으로 인류의 삶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김 교수=인간의 역사에서 전염병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14세기 흑사병의 대유행은 르네상스로 이어졌고, 18세기 아이티의 황열병은 미국의 확장 및 노예제도 철폐에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경제활동 및 사회활동의 근본을 바꾸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기술발전 가속화는 취업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지.

▲김 교수=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인공지능 발달 등의 기술 발전이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었다. 대유행으로 인해 잠시만이라도 이런 현상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일자리의 질이 업종, 기능에 따라 현저히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장 교수=코로나19 영향으로 기술발전이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기술집약 산업이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노동시장은 글로벌화할 것이다. 고용시장의 풀(Pool)이 더 넓어지므로 기업은 능력 있는 직원을 구하는 것이 더 용이해질 것이고, 경쟁력이 있는 직원은 더 높은 연봉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대와 기술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직원은 경쟁력을 빨리 잃어버릴 것이다. 노동집약의 제조업은 점점 쇠퇴해 대규모 실업이 예상되므로 평생교육, 직업교육 등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유 교수=코로나 사태는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쇠퇴와 산업 전반적 자동화를 더 빠르게 진행시켜 고용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비대면경제 확대로 인한 원격근무 및 예상되는 중소도시로의 인구이동은 택배 등 노동집약적 서비스업종 확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직종이동 관련 재교육 등이 효율적으로 수반된다고 가정할 때 현 시점에서 취업시장 양극화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허 교수=코로나19로 인해 기술발전 및 디지털화가 6년가량 앞당겨졌다는 연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재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격·재택근무 일상화로 거리제한이 사라져 국내의 타 지역 또는 외국으로부터 능력이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추세가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단기적으로 기술집약적 산업과 노동집약적 산업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재택근무로도 업무에 큰 차질이 없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노동환경에 어떤 변화가 올지.

▲장 교수=팬데믹 기간 많은 기업이 이전에는 재택근무가 힘들 것으로 생각한 업종에서도 재택근무가 오히려 생산력을 늘리거나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노동시장의 반경이 커지므로 능력 있는 직원은 더 높은 보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충성심이 약화될 것이고, 연공서열의 봉급체계는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김 교수=기업의 비용절감과 근무환경의 편리성 등을 감안해 볼 때 재택근무는 앞으로도 크게 확대될 것이다. 재택근무 확대는 필연적으로 탄력근무제 확대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잘 활용한다면 삶의 질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직장에 대한 충성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직장인들의 생활과 함께 발달해왔던 요식업이나 유흥산업 등은 일정 정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 교수=경험을 통해 재택근무가 더 효율적인 경우도 많다는 것을 기업들이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기업들의 영업활동과 소비자의 구매행태가 매우 달라졌으므로 이미 노동환경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즉 출퇴근 필요성 감소, 외식산업의 수요 감소, 사무실 또는 건물에 대한 수요 감소 등은 관련업종의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온라인 구매 증가는 택배산업과 같은 업종의 고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유 교수=재택근무로 인한 많은 순영향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비대면으로 야기되는 부작용도 대칭적으로 큰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비대면과 대면이 혼용되는 복합구조를 선택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근무를 통한 거리 제한이 없어지면 고용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극단적으로 해외근로자와의 경쟁 또한 배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향후 임금상승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유 교수=비대면경제 활성화 및 증가를 예상할 때 정보통신망 관리, 데이터 관리 종사자가 수혜를 볼 것이다.

▲허 교수=원격·재택근무 및 상품·서비스 구매형태 변화는 IT와 AI 관련분야의 발전을 가속시킬 것이므로 이 분야에 대한 인력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당연히 이 분야의 임금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재택근무 시스템 등을 관리하는 업종의 수요가 늘 것이다.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찾아볼 수 있듯 높은 교육수준을 갖춘 전문 기술인력의 임금이 크게 상승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외국 기술인력의 이민을 허용하거나 외국계 회사의 아웃소싱을 통한 외국인 기술인력 지원 등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장 교수=비대면 관련 업종의 근간을 이루는 전산, 데이터 처리, 인공지능(AI) 관련 업종의 임금상승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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