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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한국 재정의 안전판, 재정준칙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1 18:20

수정 2020.11.01 18:20

[차관칼럼] 한국 재정의 안전판, 재정준칙
정부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맞서 4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등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기를 반등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3분기에는 반등을 이루는 등 경제회복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물론 무디스를 비롯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도 우리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및 위기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 재정은 여타국과 비교해 국가채무의 절대규모와 GDP 대비 비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여력이 있으나, 위기 극복과정에서 나타나는 국가채무 증가속도에는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지난 10월 5일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 재정여건을 고려, 향후 일정기간 각고의 노력으로 재정운영을 해나가야 한다는 지표로 삼기 위한 것이다.


재정준칙의 산식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3%라는 두 기준이 상호보완적으로 적용되게 설계됐다. 채무준칙과 수지준칙 두 가지를 결합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제도가 성숙돼가고 급속한 고령화로 복지지출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감안한 것이다. 복지지출 증가로 채무비율도 함께 증가하는 상황에서 특정 채무한도로만 규제하는 방식은 재정의 역할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질수록 통합재정수지를 축소하도록 해 채무 증가속도를 관리하는 것이 준칙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한국형 재정준칙이 수지와 채무준칙을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한 이유다.

이런 재정준칙에 대해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부채부담을 안정화할 수 있는 건전한 수단"이라고 평가하는 등 긍정적 시각도 있으나, 다양한 관점의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첫째, 지금은 확장재정이 필요한 시기로서 재정준칙을 도입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도 단기적으로는 코로나 위기극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실제로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위기 이후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2025회계연도부터 재정준칙을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물론 유예기간 지출구조조정과 세입기반 확충 노력 등 코로나 영향으로 확대된 재정적자 감축노력이 수반돼야만 재정준칙의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다. 독일 등 선진국도 위기 직후 재정준칙을 도입하되 일정 유예기간을 둔 바 있다.

둘째,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이 너무 느슨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재정전망을 감안하면 결코 느슨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2021년 예산안 기준 국가채무비율은 47.1%, 통합재정수지는 △4.4%이며 중기재정계획에 의하면 2024년 국가채무비율은 58.6%, 통합재정수지는 △3.9%로 전망된다. 이 전망도 2021년 8.5%인 총지출 증가율을 2024년까지 4% 수준으로 적극 억제해야 가능하다. 국가채무(Stock)는 수지적자(Flow)의 누적이므로 국가채무 증가속도 관리를 위해서는 △4%가 넘는 수지적자를 △3% 이내로 줄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정환경 변화와 중장기 재정여건, 향후 재정소요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볼 때 재정준칙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코로나 이후 재정건전성 관리는 모든 나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재정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위기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재정건전성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안전판을 만들되, 다만 그 안전판이 재정의 근본적 역할에 대한 족쇄로 작용해선 안 된다.
구속성과 유연성의 적절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지금 발휘해야 할 실력이고, 미래에 대한 투자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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