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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삼성전자, 노사관계에서도 일류 모범 보이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3 18:05

수정 2020.11.03 18:05

삼성전자노조공동교섭단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단체교섭 상견례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노조공동교섭단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단체교섭 상견례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 노사가 3일 첫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상견례를 가진 뒤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4개 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꾸려 창구를 단일화했고, 가장 규모가 큰 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이 권한을 위임받아 교섭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의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뉴삼성 비전을 제시하며 함께 강조한 것이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였다. 이 부회장은 노조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6개월 만에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사측은 교섭단에 당시의 메시지를 많이 전했다고 한다.

한국 대기업 노조는 지나친 조직 이기주의로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줄곧 받았다. 기업이 처한 현실이나 국가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근로자 이익에만 매달리는 관행 때문이다. 그러니 툭하면 파업이었다. 후진적인 노사관계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라는 지적은 수도 없이 들었다.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강성노조가 투자에 최대 걸림돌이라고 매번 리스트에 올린다.

이런 현실에 비춰보면 최근 현대차 노사 행보는 주목할 만했다. 합리적 노선의 노조는 11년 만에 임금동결, 2년 연속 무분규를 이루는 대신 어려운 시기 성과급과 고용보장 등 여러 권익을 챙겼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달 30일 노조 대표와 오찬을 함께하며 신산업 시대를 함께 헤쳐나가자고 했다. 과거 가장 격렬했던 노동자 투쟁의 회사가 이렇게 진일보한 걸음을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초일류·초격차 100년 기업을 표방하는 한국의 자존심이자 간판 기업이다. 이건희 회장 타계 후 명실상부한 수장이 된 이 부회장은 이제 뉴삼성 깃발을 올리고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 순간이다. 삼성의 주력이자 미래사업인 반도체, 인공지능(AI) 같은 분야는 지금보다 더한 격변기가 없었다.
회사를 키우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고용주만의 몫이 아니다. 수많은 직원들, 노조가 함께 해야 가능한 것들이다.
삼성전자가 노사 관계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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