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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씁쓸한 뒷맛 남긴 홍남기 사퇴 해프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3 18:05

수정 2020.11.03 18:05

문 대통령이 바로 반려
마무리 투수 잘 골라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벗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문 대통령은 즉각 이를 반려했다./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벗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문 대통령은 즉각 이를 반려했다./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사퇴 해프닝을 빚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김동연의 뒤를 이어 문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고 있다.

홍 부총리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경제를 보는 눈이 정치인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지난 3월엔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해임 건의를 검토할 수 있다"고 화를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 부총리가 1차 추경 증액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때도 문 대통령이 "앞으로도 잘해달라"며 홍 부총리를 감싼 덕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 뒤에도 당정 마찰은 끊이지 않았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줄지, 아니면 필요한 사람에게만 줄지를 놓고도 의견이 달랐다. 지난달엔 기재부가 재정준칙안을 내놓자 당에서 너무 깐깐하다며 태클을 걸었다. 최근엔 재산세를 깎아주는 기준을 두고 공시가격 6억원(정부)과 9억원(당)이 맞섰다. 주식 투자자에게 세금을 중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놓고도 당정이 각을 세웠다. 결국 홍 부총리는 당의 압력에 밀려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 이처럼 당정 관계만 놓고 보면 홍 부총리는 당에 맞서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여론은 그런 홍 부총리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이른바 임대차 3법은 전세대란을 불렀다. 임대인도 임차인도 모두 화가 났다. 이 마당에 한 나라의 경제수장이 전세 입주자에게 퇴거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소식은 웃음거리가 됐다. 이른바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은 청와대에 홍 부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경제팀장으로선 수모가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은 만큼 홍 부총리는 당분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재신임과 별도로 경제 사령탑을 적절한 시기에 교체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기 바란다. 홍 부총리는 내달이면 취임 2년을 맞는다. 역대 사령탑에 비하면 장수하는 편이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나름 선방하고 있다. 중간계투로 나선 홍 부총리의 공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투성이가 됐다. 문 정부는 앞으로 1년 반 이상 남았다.
경제에도 요령 있게 5년을 마무리할 마무리 구원투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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