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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中 앤트그룹 상장 연기, 금융 플랫폼에 경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4 18:00

수정 2020.11.04 18:00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예고했던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로써 총 350억달러(40조544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뉴시스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예고했던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로써 총 350억달러(40조544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뉴시스
중국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이 돌연 연기됐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3일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커촹반(과학혁신판·스타마켓) 상장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대주주다.

상장 연기의 충격파는 컸다. 모기업 알리바바 주가는 뉴욕시장에서 9% 폭락했다. 앤트그룹의 대표상품인 알리페이의 시장 독점에 대한 중국 금융당국의 견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보다 더 직접적인 원인은 마윈에 대한 경고라는 게 중론이다. 마윈은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용감하게도 중국 금융당국이 안정성만 앞세워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등이 마윈과 그룹 경영진을 소환했다.

중국어로 '웨탄'(豫談)인 예약 면담은 정부기관이 감독대상 기관 관계자나 개인을 불러 대놓고 혼을 내는 자리다. 군기잡기, 심하면 기업에 대한 사망선고일 수도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 주력사업인 소액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앤트그룹은 면담 후 당국 요구를 모두 수용하겠다고 납작 엎드렸다. 마윈은 작년 중국 정부의 압박 끝에 알리바바 회장직에서 사실상 쫓겨났다.

앤트그룹 사태는 우리에게도 경종을 울린다. 한국 포털 최강자로 금융업무 확대를 추진하는 네이버도 종종 정부와 정치권의 도마에 오른다. 공정위는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도 소액결제(페이) 등 네이버의 금융 비즈니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얼마 전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경기 성남에 있는 네이버 본사를 항의차 방문하기도 했다. 네이버 역시 앤트그룹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금융은 국가경제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중국에선 앤트그룹과 금융당국이 정면충돌한 끝에 핀테크 확산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에선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과 금융당국의 사전조율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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