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이 전시] 다름을 부인할 때 우리는 상처 받는다.. 아트선재센터 '먼지 흙 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5 15:24

수정 2020.11.05 15:38

피아 아르케 '무제-전통의상 가지고 놀기' / 아트선재센터 제공
피아 아르케 '무제-전통의상 가지고 놀기' / 아트선재센터 제공
문명이 자신의 영역 바깥에 있는 것에 대해 '야만'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어떠한 사회가 외부에서 들어온 이질적인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폭력적인 일들은 인간의 내면에 큰 상처를 준다. 아트선재센터가 진행중인 전시 '먼지 흙 돌'은 네 명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개인사 혹은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이주를 경험한 네 명의 작가 피아 아르케, 차학경, 부슈라 칼릴리, 알렉산더 우가이의 작업을 소개한다. 그린란드 이누이트 출신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피아 아르케는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점령했던 시기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서구의 시각이 그린란드의 사람, 자연, 예술을 인지하는 방식과 그린란드의 정체성에 미친 영향을 작업으로 드러낸다. 특히 영상 작업 '북극 히스테리아'(1996년)는 이누이트 여성에게 주로 발견되는 일종의 정신장애 현상을 연구한 작품이다.

조용히 있던 한 여성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면서 괴성을 내고 맨발로 설원을 향해 뛰쳐나갈 때 같은 여인들이 이에 공감해 더불어 뛰쳐나와 옷을 찢고 알몸으로 눈 위에 뒹굴기도 하며 집단으로 자살을 하기도 하는 현상에 대해 서구가 '히스테리아'라고 명명한 점에 대해 주목하고 억압된 사회 속 약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아트선재센터 기획전 '먼지 흙 돌' 전시장에 설치된 차학경의 작품 '입에서 입으로'와 '다시 사라짐'
아트선재센터 기획전 '먼지 흙 돌' 전시장에 설치된 차학경의 작품 '입에서 입으로'와 '다시 사라짐'
32세의 나이에 요절한 한국 작가 차학경은 영어와 한국어의 문법을 섞고 재조합한 작품으로 정체성과 이주, 망명과 소외감, 모국어와 정착지의 언어 사이에서 작가가 느낀 복합적인 감정을 담은 작품들을 내보인다.

또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인 알렉산더 우가이는 소비에트 시대에 만들어진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장비를 사용해 고려인의 기억과 소비에트 시대의 흔적을 드러내는 사진 및 영상 작업을 진행하며 사멸해가는 고려말과 라틴어 단어의 상관관계를 표현한다.
모로코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과 노르웨이 오슬로를 오가며 활동중인 부슈라 칼릴리는 정치적 소수자들의 현실과 역사적 상황, 특히 지리적인 이주의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