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5G 투자, 삼성전자에 긍정적
[파이낸셜뉴스] 미국 대선 개표가 막판까지 박빙 속 혼전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대선 개표 초반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개표가 혼전을 거듭하면서 바이든이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미국 시장의 경우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GAFA)등 빅4 기업의 경우 반독점 제재 위기가 더 커질 전망이다. 5G 등 IT 인프라 투자는 과감해져 삼성전자 등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는 호재가 될 수 있는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는 다소 완화되겠지만 미국의 반(反)화웨이 정서가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 바이든, GAFA 반독점 칼날 겨누나
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T시장에서 직접 영향을 받는 업체들은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GAFA) 등 미국 토종 거대 IT업체들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성장했지만 동시에 미국이 규제정책을 바꾸면 가장 먼저 영향 받는 기업이기도 하다.
바이든이 이끄는 민주당은 최근 거대 IT기업들의 반독점 이슈를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10월 초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산하 반독점소위원회에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빅4’를 반독점 기업으로 지정해 강제 분할을 명령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제안을 담았다. 업계에선 민주당의 힘이 커질 경우 보고서의 영향력도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이미 대기업을 분할한 전례도 많다. 지난 1909년엔 거대 정유사인 스탠더드 오일을 34개 회사로 쪼갰고, 1980년대에도 독점을 문제삼아 통신업체 AT&T를 여러개 회사로 분할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1998년에 반독점 타깃 기업이 돼 위기를 겪은 바 있다. MS는 반독점법으로 기소된 후 1심에서 실제로 분할 판결을 받았고, 이후 법무부와 MS가 타협히 가까스로 분할을 모면한 바 있다.
■과감한 5G 투자, 삼성전자에 긍정적
긍정적 영향도 있다. 바이든이 몸담은 민주당은 캘리포니아를 전통적인 텃밭으로 삼고 있다. 그만큼 실리콘밸리 등을 포함한 IT기업들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 역시 대선을 앞두고 IT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인 모두가 5G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무선 광대역망을 확대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에는 1조3000억달러(약 1470조43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트럼프의 공약인 1조달러(약 1131조1000억원) 투자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이 때문에 버라이즌 등 미국 현지 이통사를 포함한 통신 관련업체들이 장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네트워크시장에 물꼬를 튼 삼성전자 역시 네트워크 장비 공급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버라이즌과 7조 8983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보호무역주의 바뀌긴 어려울 듯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 기조는 쉽게 변하지 못할 것 같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외경제정책에 있어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다자간무역과 국가간 협력을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강하게 밀어부쳤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재 수위를 일부 낮출 뿐 큰 틀에서의 변화를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술 경쟁 측면에서 중국을 배제하자는 공감대과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한 업계관계자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꾸려질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IT산업에 대한 공감대와 이해도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민주당 하원이 들여다보는 반독점 이슈가 구글, 애플 등 거대 기업에겐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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