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강남학군·대학촌 형성 과정은?…'통학환경 변천사' 발간

뉴스1

입력 2020.11.06 11:15

수정 2020.11.06 11:15

서울역사편찬원이 발간한 '광복 이후 서울지역 학생들의 통학과 일상생활' 표지 사진.(서울시 제공)/뉴스1© News1
서울역사편찬원이 발간한 '광복 이후 서울지역 학생들의 통학과 일상생활' 표지 사진.(서울시 제공)/뉴스1© News1


서울역사편찬원이 발간한 '광복 이후 서울지역 학생들의 통학과 일상생활' 내용 일부. (서울시 제공)/뉴스1© News1
서울역사편찬원이 발간한 '광복 이후 서울지역 학생들의 통학과 일상생활' 내용 일부. (서울시 제공)/뉴스1© News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 학생들의 통학 실상을 여러 소주제로 나눠 조명하는 연구서 '광복 이후 서울지역 학생들의 통학과 생활문화'를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책은 광복 전 초등학생들의 통학 실태부터 강남 개발과 결합된 학군 문제, 지방 학생들이 몰려온 서울 대학촌 등 여러 주제의 논문으로 구성됐다. 학교와 통학을 중심으로 본 서울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박준형 서울시립대 교수는 '광복 전 초·중등학생의 통학 실태와 통학로 풍경'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1920년대 조선에 불어 닥친 향학열은 '기차통학'이라는 새로운 일상을 창출했다.

경성의 당시 대중교통은 전차 중심이었으며 통학시간 교통 혼잡은 일상이었다고 한다.

김태윤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쓴 '광복 직후 서울의 국민학교 통학구역 설정과 통학환경의 변화'는 광복 직후 학생들의 통학난을 다뤘다. 학교를 계속해서 새로 짓고 2부제·3부제 수업을 실시했으나 서울의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1946년 북한의 전기 공급 중단은 전차 중심의 서울 교통체계에 더욱 어려움을 줬다.

우리 국민들은 6·25 전쟁 이후 학력을 계층상승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인영 서울시립대 박사는 '1950~1960년대 서울지역 국민학교의 통학구역과 위반문제'라는 논문에서 이 과정을 소개했다. 정부는 1950년 초등 의무교육을 선포했고 이에 따라 1969년 입학추첨제 실시까지 중학교 입학 경쟁이 과열되기도 했다.

명문 학교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6·25 전쟁 이후다. 종로구 일대는 폭격을 면해 이곳 학교들의 위상이 더욱 올라간 것이다. 정부는 1957년 통학구역 제도를 개편했으나 학부모들은 자녀를 명문 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도 서슴지 않았다.

1970년대 들어 통학 문제에 커다란 변수가 등장했다. 경기고, 휘문중고, 정신여중고, 숙명여중고, 서울고, 배재중고, 중동공고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이전했다. 이길훈 서울시립대 연구교수는 '1970년대 고등학교의 학군과 통학'에서 경기고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경기고가 강남으로 이전한 1976년 전후 졸업생 명부를 분석한 결과, 강남 이전 전까지는 종로구와 서대문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학생들이 통학했다. 이전 후에도 공동학군이 폐지되는 1980년까지는 강북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강남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거주지로서 강남의 위상도 공고해졌다.

1974년 고교평준화가 실시됐지만 입시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송은영 연세대 학술연구교수는 '청소년지 학원과 1960~1970년대 중고등학생의 통학 및 방과 후 생활' 논문에서 당시 서울의 학생들은 과외와 학원 때문에 바빴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를 묘사한 영화에서 통학버스가 흔히 로맨틱한 장소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학업을 위해 오가는 길 이상의 의미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오제연 성균관대 교수의 논문 '1950~1980년대 대학생의 통학 환경과 대학촌'에는 대학 진학 후 서울로 몰려온 지방 학생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친척집에서 통학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지방 학생들은 대학 근처의 하숙집, 자취집, 고시원, 기숙사 등에 거주했기 때문에 이들의 거주공간은 대학촌의 가장 핵심적인 구성요소였다.

경제성장과 청년문화 유입으로 1970년대 대학촌에는 다방, 술집, 당구장 등이 크게 늘어났다. 1980년대에는 전자오락실 등 새로운 오락문화가 등장하고 상업화가 가속화됐으나 다른 한편에는 복사집과 사회과학서점을 찾으며 학생운동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광복 이후 서울지역 학생들의 통학과 생활문화'는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에 배포됐다. 개인적으로 소장하려면 서울책방 홈페이지(https://store.seoul.go.kr)에서 1만원에 살 수 있다.
12월부터는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에서 전자책 형태로도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