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미 대선, 코로나19 유연한 대응 계기 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7 06:02

수정 2020.11.07 06:04

[파이낸셜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선거개표가 이뤄지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컨벤션 센터 앞에서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자가 마스크를 쓰고 바이든 지지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선거개표가 이뤄지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컨벤션 센터 앞에서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자가 마스크를 쓰고 바이든 지지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유연한 대응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이틀 연속 11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미국내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해지고 있고, 사망자 수만 23만명을 넘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박빙의 흐름을 보인 것은 코로나19 위험성에 대해 대중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박빙승부는 그 자체로 '충격'
더힐은 6일(이하 현지시간)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 이번 대선을 계기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유연한 대응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이번 선거는 팬데믹 대응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심판을 받으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압승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3일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바싹 추격하는 양상이 나타났고, 개표 초반에는 2016년에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가 다시 승리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바이든이 곳곳에서 역전하고 지금은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 확보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루한 법정 다툼이 예고될 정도로 선거에서 밀렸다. '트럼프의 팬데믹 대응 실패 심판' 구도가 선거에서 먹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보건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 공중보건협회(APHA)의 조르스 벤저민 이사는 "(선거)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이를 무시해왔고, 마스크를 쓰는 이들을 조롱했다. 또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되자 "나도 죽는 것이냐"고 측근들에게 두려워하며 물었다는 얘기가 전해지지만 집중적인 치료 끝에 1주일만에 업무에 복귀한 뒤 스스로를 코로나19와 싸워 승리한 '슈퍼맨'으로 선전해왔다.

유권자들 "경제-코로나19 방역, 상충관계"
벤저민 이사는 사람들이 코로나19 방역과 경제가 서로 상충관계에 있다고 믿는 것이 이같은 충격적인 결과를 만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사람들은 경제와 건강 사이에서 이해상충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면서 "이는 잘못된 메시지이지만 백악관이 앞장서 "일자리냐 코로나19냐," "코로나19는 그렇게 심각한 병이 아니다"라고 사람들에게 일관되게 주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경제전문가들도 방역에 성공해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코로나19와 경제가 상충되는 것으로 본다는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에디슨리서치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은 82%가 코로나19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고, 트럼프에게 투표한 이들 가운데서는 그 비율이 14%에 그쳤다.

반대로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은 주로 트럼프 지지자였다. 82%가 트럼프를 찍었고, 17%만이 바이든에게 표를 줬다.

또 전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면 코로나19보다 경제가 더 중요하다는 답이 나온다.

유권자 35%가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고, 코로나19가 가장 중요하다는 답은 그 절반 수준인 17%에 그쳤다.

대중에게 코로나19는 '남의 일'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의 감염병학자인 빌 해니지 교수는 "팬데믹 통제 근처에도 가지 못한 실패가 선거에서 비교적 사소한 문제로 다뤄지는 것은 그저 충격적일 뿐"이라면서 코로나19에 대해 대중의 입장이 크게 갈라져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가 코로나19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반면 "(감염되지 않은) 다른 이들, 아마도 대부분은 팬데믹을 일련의 신비로운 뉴스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니지는 이어 "이해하기 힘든 규제조처들도 대중을 현실과 괴리되도록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고의로 경시하는 태도, 또는 바이러스가 몰고올 위험을 경쟁적으로 대중들에게 위협적으로 알리는 지도자들의 선택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해니지는 "대부분 사람들은 전체 인구 차원의 충격을 실감하지를 못하고 있다"면서 "치명률 1%는 낮은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재앙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심각성을 경시하는데 스스로 앞장섰다. 그는 계속해서 코로나19가 "사라진다"면서 마스크 착용을 조롱해왔다.

APHA의 벤저민은 "최소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트럼프는 믿을 만한 소식통이어서 그가 거짓 정보를 퍼뜨리면 그들은 그 말을 믿는다"고 지적했다.

유연한 대응 필요…현실적인 대안 제시해야
벤저민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활동에 대해 전문가들이 원칙론만을 앞세워 전면 금지하라고 권고하는 대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전할 수 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방역전문가들이 모임 같은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해도 결국은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벤저민은 "절대적인 것과 거리를 좀 두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일례로 위험한 추수감사절 이동과 관련해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가능한 안전한 방법을 전문가들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항공기를 이용하기보다 자가용을 이용하라든지,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으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는 열어야
학교 수업을 중단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아시시 자 브라운대 공중보건대학원장은 '에듀케이션 위크'와 인터뷰에서 "학교들은 지금보다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 원장은 "(학교 폐쇄로 인해) 아이들이 치러야 하는 정신건강상 비용은 막대하다"면서 "또 이는 부유층·백인 학생들과 저소득층·유색인종 학생들 간 학력격차를 매우 심각하게 벌려놓는다는 점 역시 잘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 폐쇄는 바이러스가 한 지역에서 '정말로 공포스러울' 정도로 확산될 때에만 가능한 방안이 돼야 한다면서 대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술집·식당·체육관 등은 학교 폐쇄 이전에 먼저 폐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출구조사에서는 미국인들 대다수가 마스크 착용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착용이 '공중 보건 의무'라는 답은 67%였고, '개인의 선택'이라는 답은 30%에 그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