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상훈 기자 =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 속에서 서달미(배수지 분)와 남도산(남주혁 분)이 '삼산텍'을 이끌기 위해 입주한 '샌드박스'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아이가 그네 탈 때 다치지 않도록 깔아놓은 모래처럼, 스타트업이 마음 놓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드라마에서 스타트업이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샌드박스'는 현실에도 있다. 다만, 의도와 방식은 드라마와 조금 다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실에서의 '샌드박스'는 혁신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불합리하게 가로막는 규제를 유예 및 면제하는 제도를 뜻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4대 분야(ICT‧산업융합‧지역특구‧금융)에서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하에서 현행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시장 출시와 시험·검증이 가능하도록 특례를 부여한다.
모래가 깔린 놀이터라는 일정한 조건에서 아이들이 평소와 달리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샌드박스'라는 명칭이 붙어진 것은 드라마와 같다.
특례 종류는 '신속확인', '임시허가', '실증특례' 3가지다. 이중 '신속확인'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는데 적용되는 규제의 여부와 내용을 30일 이내에 확인해서 답변을 하는 것이다. 30일 이내에 답변이 없으면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임시허가'는 안전성이 확보됐지만 규제가 모호하거나 불합리할 경우 기존 규제 적용 없이 우선 출시 후 법령을 정비해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이다. 2년의 유효기간 만료 전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경우 1회(최대 2년) 연장이 가능하다.
'실증특례'의 경우 안전성이 불확실하고 규제도 모호하거나 불합리할 경우 기존 규제 적용 없이 테스트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시허가와 마찬가지로 유효기간 만료 전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경우 1회(최대 2년) 연장이 가능하다.
그간 샌드박스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산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회 등 정부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LG전자가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의 시음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샌드박스 덕분에 가능했다.
정부 중심으로 심사가 진행되던 샌드박스는 지난 1월 '규제 샌드박스 발전방안'이 발표되면서 민간 기구인 대한상의에서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민간에도 채널을 만든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민간에 지원센터를 설치함으로써 기업의 접근성을 높이고, 신속한 규제해소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대한상의 내 민간 샌드박스 출범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은 "상의 샌드박스는 실효성과 속도감을 높일 것"이라고 말하며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샌드박스는 문제점보다 미래 가능성에 무게를 두겠다"면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드라마 속 샌드박스 설립자인 윤선학(서이숙 분)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민간 샌드박스의 첫 성과는 지난 6월에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에 맞서 이역만리 타향에서 국위 선양하는 해외근로자 등 재외국민을 위한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가 민간 샌드박스 '1호'로 의결된 것이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에선 이후 34건의 혁신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출시를 지원했다. 홈 재활 치료기기 '스마트 글러브'와 공유미용실, 자율주행버스 등이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샌드박스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본인이 직접 더빙한 6개의 샌드박스 홍보영상을 자신의 유튜브와 SNS에 올렸다.
박 회장이 최근 선택한 아이템은 '세상에 가장 필요한 내비'다. 시각장애인 보행 안내 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지난 9월 건축물 평면도를 열람 발급받을 수 있도록 2년간 실증 특례 승인이 이뤄졌다.
박 회장은 영상에서 "모두를 위한 법과 규제가 누군가에 장벽이 된다면 함께 길을 모색하면 된다"며 "성숙한 사회에서 당연히 해야 할 서비스를, 법 제도를 혁신해 우리도 해보자는 게 샌드박스의 철학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상의에 신청된 과제는 상의 사무국과 컨설팅·변호사로 구성된 전담팀이 투입돼 1대1 상담을 제공한다. 각종 신청서 작성은 물론 사업성‧기술성에 관한 컨설팅과 법률 자문, 부처협의 및 사후관리 등도 제공한다.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기업에는 약 1억2000만원의 실증특례비와 1500만원의 책임보험료가 지원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