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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평균 38명 자살… 우울·빈곤·경쟁으로 모든 연령대 위협 [자살공화국 오명, 언제까지]

<上> 극단적 선택, 왜
자살률 작년 26.9명으로 증가세
한국 15년째 OECD 1위 불명예
우울증 여성 위험성 17배나 높아
언택트사회 ‘코로나 블루’ 현상도
"취업난·실업·폐업·생활고에 허덕
벼랑끝 탈출 사회적 안전망 절실"
하루평균 38명 자살… 우울·빈곤·경쟁으로 모든 연령대 위협 [자살공화국 오명, 언제까지]
서울 마포대교에 적힌 자살예방 문구/뉴시스
하루평균 38명 자살… 우울·빈곤·경쟁으로 모든 연령대 위협 [자살공화국 오명, 언제까지]


15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률 1위.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 38명. 국내 자살예방 정책의 현주소다. 우울과 빈곤, 경쟁의 그늘이 짙은 한국 사회에서 모든 연령대가 '오늘'을 위협받고 있다. '자살공화국의 오명, 언제까지' 시리즈를 통해 국내 자살의 현황과 예방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대안도 살펴보고자 한다.

"우울증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해"


지난 2일 개그우먼 박지선씨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된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인은 생전에 피부질환으로 고통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그우먼으로서 타인에게 웃음을 주는 게 업이었던 만큼 고인의 작별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겼다.

하루에도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월간 하루 평균 37.8명이 자살했다. 해당 기간 총 자살 사망자는 1만3799명이다. 자살률(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또한 2017년 24.3명, 2018년 26.6명, 2019년 26.9명으로 증가세다.

우리나라가 15년째 OECD 자살률 1위라는 것은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자살의 위험이 전 연령대에 암세포처럼 퍼져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연령대별 자살률은 △10대 5.9명 △20대 19.2명 △30대 26.9명 △40대 31.0명 △50대 33.3명 △60대 33.7명 △70대 46.2명 △80세 이상 67.4명이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자살률도 상승한다.

10대부터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고, 40대와 50대에서도 2위로 높게 조사됐다. 10대와 20대의 자살률은 작년 대비 각각 2.7%, 9.6% 증가했다.

우울증은 자살에 이르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우울감을 가진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약 17배 자살을 많이 고려한다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결과도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항우울제 사용률과 자살률이 '반비례'한다는 것은 업계에서 이미 통용되는 이야기다. 우울감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잘 다스릴수록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생명존중시민회의 임상진 공동대표는 "행복의 기준이 부와 명예, 성적으로 설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며 "누구나 크고 작은 우울감을 느낄 수 있지만 오랫동안 방치하면 위험한 상황에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화영 사무총장은 "우울증을 얼마나 잘 치료하느냐는 자살률을 줄이는 것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우울증을 숨기기보단 약을 먹으며 지속적으로 치료 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먹고 살긴 어렵고, 위로받긴 힘들다


경제적 빈곤 또한 자살을 부추긴다.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팀이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월소득 200만원 미만인 남성은 월소득 200만원 이상인 남성에 비해 자살 출동이 약 6.2배 높았다. 또 직업이 없는 남성은 직업이 있는 남성에 비해 우울 위험이 2.2배 높기도 했다.

이는 자살 위험이 단순한 정신적 요인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회활동이나 소득 수준과 맞물려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달 모 택배사에서 근무하는 40대 노동자가 생활고를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과도한 권리금을 내고 택배 일을 시작했고, 차량 할부 등으로 월 200만원을 못 버는 상황이었다고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업난과 실직, 폐업이 모두 증가해 자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언택트' 사회로 접어들면서 타인에게 마음속 고통을 털어 놓을 기회가 감소한다는 점도 자살이 늘 수 있는 악재 중 하나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경이다. 이와 관련, 임 공동대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수많은 이들의 삶의 의지를 꺾고 있다"며 "청년층은 취업난 떨고, 중년층은 실업과 폐업 위기 절망하며, 고령층은 고질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