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살예방 예산 3년새 3배 늘었지만… 가시적 성과 ‘역부족’ [자살공화국 오명, 언제까지]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9 18:26

수정 2020.11.09 18:53

<中> 자살 재시도율 매년 증가
2022년 年 1만명 이내 감축 목표
자살 시도자까지 관리하긴 ‘무리’
日은 8000억 투입 자살자수 ‘뚝’
‘1393상담전화’ 응대율 36% 그쳐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 ‘악전고투’
서울 한남대교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설치한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다. 뉴스1
서울 한남대교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설치한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다. 뉴스1
자살예방 예산 3년새 3배 늘었지만… 가시적 성과 ‘역부족’ [자살공화국 오명, 언제까지]
극단적 선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발생하면서 자살예방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사후관리 받고도 증가한 재시도율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자살예방정책 편성예산은 291억원이다. 지난 2017년 관련 예산이 99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량 증가했다.
자살예방정책 예산은 최근 3년간 20~30%씩 증가하고 있어 내년에는 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가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22년까지 연간 자살자수를 1만명 이내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가 같은 해 신설됐다. 통계청은 자살예방을 위한 통계시스템을 신규 구축해 매월 자살사망자를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살예방 정책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해 1만3000여명에 달하는 자살 사망자를 살리고, 수십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자살 시도자를 모두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살 재시도율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후관리 서비스를 받은 사람의 자살 재시도율은 △2017년 5.02% △2018년 7.25% △2019년 8.73%로 파악되고 있다. 수치만 감안했을 땐 자살예방 정책이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화영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자살 사망자는 몇 차례의 시도 끝에 목숨을 끊게 되는데 시도자의 수는 사망자의 40배 정도라고 추정된다"라며 "자살예방사업이 확대되고 있다고 해도 아직 모두 관리하기엔 재정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연간 3만여명의 자살자 수를 기록했던 일본은 매년 자살예방사업에 80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결과 일본의 10만명당 자살자수는 2009년 25.7명에서 2018년 16.5명까지 감소했다. 국내 인구수의 절반 수준인 호주는 올해 5월부터 약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자살예방에 나섰다고 전해졌다. 호주의 10만명당 자살자수는 11명대에 그친다.

3건 중 2건은 받지 않는 상담전화


보건복지부는 2018년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를 개통해 24시간 전문 상담하고 있다. 이전에도 자살예방 상담전화가 있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된 탓에 인지도도 낮고 상담인력이 부족했다.

자살예방상담전화 개통 후에도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자살예방상담전화 통계에 따르면 자살예방상담전화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평균 응대율은 36.3%에 불과했다. 3건 중 2건은 통화가 연결되지 않은 셈이다. 평균 응대율은 2018년 42%에서 지난해는 64%로 증가했으나, 올해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상담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담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상담전화가 걸려오는 시간대로, 조사기간 동안 약 1만4000건의 상담 전화가 이 시간대에 접수됐다. 그러나 이 시간대에 근무하는 상담원은 9명에 불과했다. 자살예방 상담인력은 4조 3교대 근무가 진행되는데 평균 인원은 19명으로 구성된다. 제도가 시행된 이래 정원인 26명이 채워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자살예방상담인력 1인당 월평균 상담건수는 지난해 496.4건에서 올해 777.1건으로 증가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살예방상담전화가 적은 인력, 적은 예산으로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살예방정책 예산과 관련해 이 사무총장은 "2000년대 초반을 보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자살 사망자보다 훨씬 많았지만 지금은 반대가 됐다"며 "교통사고 예방에 예산을 많이 투자하니까 사고가 줄었다.
자살예방사업도 더 보안하고 확장해서 사망자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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