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팬데믹이 부른 에너지 대전환…석유시대 저문다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9 18:35

수정 2020.11.09 21:33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
올해 에너지 수요 5% 감소 전망
석유는 하루 800만배럴 줄어들듯
풍력·태양광 분야는 타격 적어
정유업계 체질개선 늦추면 위기
바이오·수소 등 사업영역 넓혀야
팬데믹이 부른 에너지 대전환…석유시대 저문다
수십년간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그 궤를 함께해온 정유업계가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기정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특히 연초부터 전 세계 경제·사회에 극심한 타격을 주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김희집 서울대 객원교수의 '대한민국 에너지 화학산업의 과제와 전략'에 따르면 올해 총에너지 수요는 지난해 대비 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김 교수는 "석유(8% 감소), 석탄(7%)에서 가장 큰 감소가 예상되고 재생에너지는 소폭 증가가 전망된다"면서 "현 상황에선 2019년의 수요가 오는 2023년 초반쯤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며, 코로나 사태 회복이 훨씬 길어질 경우 2025년에나 회복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석유의 경우 올해 일간 800만배럴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지난 10년간 증가했던 물량을 그대로 상실하는 규모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기업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정유 4사는 올해 2·4분기 총 4조원대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으며 수익성에 직결되는 정제마진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코로나에도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등 에너지신산업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친환경에너지 전환에 대한 각국 정부와 기업의 의지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석탄 수요를 이미 초과했으며, 독일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비재생에너지 수요를 넘어섰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에너지 전환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많은 유럽 국가들이 태양광과 풍력에 의존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지속 가능한 배터리 기술을 위해 경쟁력 있는 제조 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한 배터리 전략을 공개했다"면서 "특히 중국이 주도적 공급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 정유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로 수송용 석유수요는 감소가 예상되지만 석유화학산업 원료용 수요의 가파른 증가로 석유수요 자체는 증가할 것"이라며 "화학부문으로 사업 확장을 비롯해 바이오, 수소 등 사업영역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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