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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집단소송제 원점 재검토를" 재계 절박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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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등 공식 반대의견
"세계 유례 없는 법안"

[fn사설] "집단소송제 원점 재검토를" 재계 절박한 호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공정경제 3법'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추진중인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에 경영계가 줄줄이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대한상의, 경총은 지난 주말 원점 재검토를 요청했다. 앞서 전경련은 기업 소송비용만 연간 10조원 부담이 생긴다며 반대 의견을 냈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소비자권리 보호를 명목으로 급작스럽게 이들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집단소송법 제정안에 따르면 손해배상 재판에서 이기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똑같이 배상을 받는다. 피해자 50명 이상인 모든 분야에 도입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피해액의 5배까지 물도록 했다. 실제 두 법안에는 현 정부의 온갖 기업 규제조치 중 '끝판왕'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정부의 여러 규제안에 반대하기보다 대안을 찾아 보자며 실리를 견지했던 상의도 이번 사안에선 강경해졌다.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이대론 도저히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정부 법안은 기존 우리 법체계와 맞지도 않을뿐더러 기업 때려잡기에만 초점이 맞춰진, 이상한 법안이라는 판단이다. 미국 집단소송제를 따르면서도 미국법엔 없는 규제를 갖다붙인 것이 그 예다. 더욱이 미국에서도 기업 협박 수단으로 집단소송이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개선책을 찾는 것이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물론 집단소송제의 당위성도 일정 부분 이해된다. 법적 대항력이 약한 소비자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소비자 권익을 지키면서 이를 통해 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의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과한 것이 문제다. 부작용은 안중에도 없고 기업 책임과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만 온 힘을 쏟았으니 세계서 유례없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일반 손해배상에서 기업 영업비밀을 예외 없이 제출하도록 한 것이나, 소송남발 견제장치를 삭제한 것, 손해액 산정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소송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것 모두 과한 조항들이다. 최대 5배 배상도 유례없다.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징벌적 배상제 입법을 추진했다가 포기한 사례들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이 법안들이 우리 경제에 주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망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중소 영세업체들은 대응할 여력도 없다. 기업들은 올해 내내 작정한 듯 쏟아내는 정부 규제 시리즈에 지금 정신이 아득하다. 기업 옥죄기로 생겨날 부작용들을 이제라도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