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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라니(킥보드+고라니)·위험공유' 못들어 봤나…법은 뒷걸음

뉴스1

입력 2020.11.10 06:02

수정 2020.11.10 10:13

구급대원들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뉴스1
구급대원들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뉴스1


임정미 성남시의원. © 뉴스1
임정미 성남시의원. © 뉴스1





(전국=뉴스1) 최대호 기자,정진욱 기자 = 명지대학생 A씨(24)는 지난달 24일 경기 용인시 소재 자연캠퍼스 도로에서 홀로 쓰러진 채 한 버스기사에 의해 발견됐다. 그의 옆에는 전동킥보드가 널브러져 있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9일 현재까지도 의식불명 상태다. 경찰은 A씨가 킥보드를 타다 다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A씨가 쓰러져 발견된 날 인천 계양구에서는 B군(17)이 전동킥보드를 타다 택시와 충돌했다.

B군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3일 후 같은달 27일 끝내 숨을 거뒀다. B군은 사고당시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B군 사고 나흘 전인 지난달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판교로 출근하던 C씨(50대)가 굴착기(포클레인)에 치여 숨졌다. 우회전 하던 굴착기가 C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들어서는 경기 하남시에서 사망사고가 났다. 지난 6일 하남시 교산동의 왕복2차로 도로에서 D씨(60대)가 25톤 화물차에 치여 숨진 사고다. 당시 도로 가장자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D씨는 신호가 바뀐 이후에도 제자리에 서 있다가 뒤에서 출발한 화물차에 들이받힌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주요 안전장구인 헬멧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이용이 활성화하면서 관련 안전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접수사고 건수는 2017년에 117건, 2018년 225건, 2019년에는 447건으로 해마다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 같은 사고로 모두 835명이 다치고, 16명이 사망했다.

전동킥보드의 경우 '맨몸 이동수단'인 점에서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인명피해를 수반하고 있어 관련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게다가 전동킥보드에 의한 보행자 안전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의 경우 서울에만 16곳에 달하며, 수도권과 지방 중소도시까지도 '공유 킥보드'가 생겨나고 있다.

공유형 개인용 이동장치는 서울시에만 3만5800여대가 운영되고 있다. 2018년 150여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239배 급증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2월10일부터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만13세 이상이면 누구나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되면서 안전사고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최고 시속 25㎞가량으로 이동 속도가 빠르고, 대부분 서서 타다보니 중심 잡기가 어렵다. 현재는 면허가 필요한 오토바이에 속하는 만큼 헬멧 등 안전장비 착용이 의무지만, 12월부터는 자전거로 분류돼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단속할 권한이 없다.

전동킥보드를 '원동기장치자전거'가 아닌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한 것이다.

시민들은 안전 기준을 더욱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되레 더 완화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수원시 거주 40대 남성은 "오죽하면 '킥라니(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생겼겠느냐. 그만큼 사고 가능성이 높고, 한 번 사고나면 큰 부상으로 이어져 그런 것 아니겠냐"며 "그런데도 면허 제한도 없이 중학생들에게도 (운전을)허용하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 주부는 "엄마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 없는 소식이다. 킥보드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위험을 공유하는 것 아니냐. 면허 제한을 둔 상황에서도 교복입은 아이들이 인도와 도로를 정신없이 타고 다니는데 정말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전동킥보드 안전사고 우려 목소리가 높다.

한 네티즌은 "운전하다 도로에 불쑥 불쑥 빠른 속도로 나오는 킥보드 때문에 놀란 적이 몇번 있다. 밤에 어두운 계통 옷 입고 타면 보이지도 않는다. 정말 사고 나기 딱이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미취학 아이를 키우는 맘 입장에선 전동킥보드가 흉기 같다"고 걱정했다.

임정미 성남시의원은 "최근 3년간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추세를 보면 발생 건수와 부상자수 모두 연평균 95% 이상 증가했고, 교통사고 사망자도 2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정부에 앞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안전 근거가 담긴 자치조례안을 발의한 바 있다.

'성남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활성 및 안전 증진에 관한 조례안'으로, 지난달 23일 성남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조례안은 시장은 개인형 이동장치의 이용자 안전과 이용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시민은 보호장구 착용 등 이용자 안전 의무 준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