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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美 중재, 꽉막힌 한일관계 개선 신호탄 쏘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0 21:14

수정 2020.11.10 21:14

강제징용 등 현안에 최악 치달은 한일관계
美 대중국 견제와 동맹다자주의 노선 뚜렷
바이든의 중재, 꽉막힌 한일관계 개선 주도
안보적으로는 협력 증진..'본질' 해결은 난망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사진=뉴스1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악의 상태인 한·일 관계에 '바이든 시대'의 개막이 중요 변수로 급부상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은 핵심 중에 핵심인 만큼 미국이 자국의 패권과 안보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갈등 중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다자주의'와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와 민주당의 성향상 한·일 간 관계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이 현 트럼프 행정부보다 크게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압박 강화가 동반할 과제물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동안 대화가 중단된 한일 양국의 상황만 놓고 보면 미국 정권 교체가 청신호로 불린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트럼프 시대에 미국이 동맹에 대해 홀대를 한 경향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면서 바이든 시대가 열린 만큼 미국의 새 정부는 한·미·일 동맹관계의 복원 차원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훨씬 더 강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다만 한·일갈등의 최대 쟁점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일본 기업 배상 판결' 문제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은 내정간섭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전면에서 드러내놓고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바이든 정부로서는 한·일 양국이 협력하고 준(準) 동맹으로 진전되는 것을 바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도 "과거 오바마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한·일 양국에 요청한 것처럼 바이든 정부는 중국 포위망을 견고하게 구축하기 위해 한·일관계의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바이든 정부 내에 한·일 양국이 서로 양보해 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성향도 한일 관계 개선에는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호사카 교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전임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보다 한·일관계 개선에 유연한 사람이고,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박지원 국정원장과,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만난 것 역시 미국의 정권교체 시기 한·일 양국 관계의 개선 가능성을 엿보인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미국의 강력한 압박으로 한·일 관계가 지금보다 개선될 수는 있지만 양국간 갈등의 근본적 해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와 스가 정부 모두 상대에 대한 '때리기' 전략이 각 국의 정치적 상황에 더 유리하게 먹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대중 견제에서 한·미·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바이든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양국 갈등의 핵심인 '과거사' 문제와 각 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진 센터장은 "따라서 미국은 한·일 간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 강도를 낮추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과거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만들었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 (TCOG·티콕)' 등의 협의체를 새롭게 구성해 지역 안보 이슈에서 한·미·일 간 상호 연대와 함께 한·일 간 안보적 유대관계 강화를 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주영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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