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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으로 번진 전세난… 집값 더 끌어올린다

전셋값 폭등에 "차라리 사자"
중저가 주택부터 매매가 들썩
중계주공 한달반 새 호가 1.5억↑
전국으로 번진 전세난… 집값 더 끌어올린다
#. 경기도 의왕에서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 A씨(38)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실거주를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세 재계약을 할 수 없어져 주변 아파트 20곳을 알아봤지만 전세 매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 A씨는 전세를 구하다 지쳐 집을 사기로 마음먹고 부동산을 찾았지만, 매매계약을 하기로 한 집주인이 갑자기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다며 매물을 거둬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악화된 전세난이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중저가 주택 매매로 돌아서며 집값을 밀어올리는 현상도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 신규 공급 축소→매물잠김 및 전세가 상승→집값 상승'의 악순환 고리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일 KB부동산 리브온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전주 대비 0.7%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8월 말 0.76%를 기록한 이래 1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시장에선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전셋값까지 폭등하면서 '차라리 집을 사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세가율이 지난 9월 기준 53.6%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보면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통계와 다르게 현장에서의 신규 전세계약은 매매가에 근접한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외곽과 수도권, 지방을 중심으로 매매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치, 목동과 더불어 서울 3대 학군지로 불리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가 있는 노원구 중계동의 집값 상승이 두드러졌다. 중계주공5단지 전용 84㎡는 지난 9월 29일 9억76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11억3000만원까지 올라왔다. 길 건너 청구3차 전용 84㎡도 같은 달 12억원에 2건이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현재 호가는 12억9000만원까지 상승했다. 해당 단지는 각각 2328가구에 전세 매물 6개, 780가구에 전세 매물 1개뿐이다.

이같이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현상은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의왕서해그랑블블루스퀘어 전용 118A-2㎡는 지난 7월 6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된 이후 거래가 없는 상태지만 현재 전세 매물 호가는 6억원까지 올랐다. 전세가가 매매가 가까이 근접하자 매매가 호가는 7억원대까지 올라왔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에코시티자이 전용 59㎡는 지난 6월 3억27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9월 6일 전세가 2억8000만원에 거래되자 같은 달 매매가가 3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올리며 지난 3일에는 3억8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전세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데, 전세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가격도 급등하며 차라리 집을 매매하겠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려면 신규 공급 확대나 기존 매물 순환이 필요한데, 공급은 내년에 더 줄어들고 임대차법 등으로 기존 매물 순환도 어려워 집값 밀어올리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