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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중대재해법 ‘사용자 처벌 강화’… 기업하다 죄인될 판 [재계 옥죄는 反기업법]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2 18:02

수정 2020.11.12 18:02

사용자만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산안법 있는데 중대재해법 또 추진
최저임금처럼 역효과만 낼 우려도
中企단체장 이낙연 찾아 반대 표명
노조법·중대재해법 ‘사용자 처벌 강화’… 기업하다 죄인될 판 [재계 옥죄는 反기업법]
재계는 여당이 쏟아내는 '친노동 법안'을 '반기업 법'으로 규정하고 정치권의 일방통행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다수당을 차지한 여당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기업과 야당의 우려를 무시하고 일방 추진을 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조법 개정, 기울어진 운동장

고용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의 경우 재계는 과도하게 노동자 쪽으로 치우친 '또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실업자·해고자 노조가입을 허용하고,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을 허용해 노조의 범위와 권한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일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규정 신설 등 사측 대항권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법 개정안이 노조의 힘을 강화하는 만큼 이에 대한 기업의 방어권이나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기업별 노조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에 비해 파업이 쉬운 편이며, 유럽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사업장 점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자만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다는 게 경총의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과잉입법 파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역시 뜨거운 노동 이슈로 떠올랐다.

재계는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 1년도 안돼 중대재해법이 추진되자 '과잉 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존 산안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됐는지 점검할 시간도 갖지 않은 채 사업주 처벌만 강화하는 규제가 사고예방에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올해는 지난해 시행된 산안법 개정안이 현장에 잘 안착되도록 지켜보는 시기였으나, 이를 못 참고 다시금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이 예고돼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징벌적 처벌만 강조하는 법률은 범죄자만 양산할 뿐, 사고예방에 궁극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산업 현장에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중대재해법 제정 시 여야가 각론으로 들어가면 국민의힘 측이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도부는 '산재 줄이자'는 큰 틀에서 동의했을 것"이라며 "법률 제정안까지 찬성할 수 있는 범위인지는 당에서 신중한 검토가 이뤄진 후에 산안법 개정으로 가는 게 맞다고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법적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중소기업계는 이날 국회를 찾아 입법 보완을 요청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등 7개 중소기업 단체장들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산재 예방과 근로자 안전은 중요하다는 법 취지에 공감하지만 사업주 처벌 강화 요소는 중소기업이 문을 닫으라는 것과 같다"고 우려하며 중소기업계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일방통행, 최저임금 사태 재연 우려

학계에서는 정부의 친노동 입법 추진이 취약 노동계층의 인권 보호와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대학원장)는 "보편적 관점에서의 정의와 실제 현실에서의 정책 효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도 임금 향상 취지는 좋았지만 오히려 영세자영업자와 취약층만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국회 다수당을 차지한 여당이 이해당사자인 기업과 노동자, 야권과 협의조정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공정경제 3법이 초래할 수 있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지배권 탈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규제 대신 기업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대안으로 제기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자의 인권과 생명보호 노력은 필요하지만 기업활동에 저해가 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금지와 처벌에 기반한 규제보다 기업의 자발성을 유도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낫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김서원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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