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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코로나 불황에 기업 옥죄는 과잉 입법이 걱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2 18:00

수정 2020.11.12 18:02

與-한노총 중대재해법 추진
한계 몰린 기업 "너무 가혹"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만나 이동하고 있다. 김 회장 등은 이 대표를 만나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와 법인의 동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개선을 요구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만나 이동하고 있다. 김 회장 등은 이 대표를 만나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와 법인의 동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개선을 요구했다. /뉴스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이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발의에 합의했다. 핵심은 중대재해 발생 시 사용자나 경영책임자·법인을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이다.
최소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도 묻기로 했다. 시작은 정의당이 했다. 21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으로 추진 중이다. 제1야당 국민의힘도 큰 방향에선 처리에 찬성이다. 민주당과 한국노총까지 가세했으니 국회 통과는 시간문제다.

정의당과 민주당 안은 경영진 책임과 처벌을 강화한다는 큰 틀에선 같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은 최저한도를 5배로 규정한 민주당 안이 정의당 안(최소 3배)보다 더 세다. 기업이 근로자 안전을 책임지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지금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실상 초토화됐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파산신청한 기업 수는 총 815건이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전년 대비 18%나 늘었다. 올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는 나빠지고, 기업들은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물건 판 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못 갚는 한계기업도 느는 추세다. 기업 5곳 중 1곳은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기업활동이 위축되면 일자리 만들기가 더 어렵다. 통계청은 10월 취업자 수가 전년동월 대비 42만명 줄었다고 했다. 6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기업규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처리를 강행하려 한다.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미 사업주 처벌조항을 대폭 늘린 산업안전보건법이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또다시 더 센 법을 만든다고 하니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대표와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조항은 세계에서도 거의 유례가 없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2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만나 법인·대표 동시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은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당발(發) 친노조 법안은 차고 넘친다. 하청업체 파업 시 원청회사의 대체인력 투입을 원천 금지하는 노조법(우원식 의원)과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법안(이수진 의원)도 발의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정부와 기업은 지금 한배를 타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입법 현실을 보면 거꾸로다.
정부가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해도 모자랄 판에 부채질을 해서야 되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코로나19로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을 더 이상 낭떠러지로 내몰지 말라. 무엇보다 기업을 범죄집단 취급하는 분노부터 조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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