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법무부·검찰 닮은 금융위·금감원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2 18:04

수정 2020.11.13 00:03

[기자수첩] 법무부·검찰 닮은 금융위·금감원
[파이낸셜뉴스] 법조계에서는 최근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법무부와 검찰이 양대 기관으로 존재하듯,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양대 기관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두 쌍의 기관들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닮아있다.

우선 주요 역할 측면이다. 법무부는 검찰에 대한 인사권 및 예산권, 검찰은 포괄적인 수사권을 갖고 있고, 금융위는 금감원에 대한 예산권 및 인력권,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감독권 및 조사권을 갖고 있다.

법무부와 금융위는 각각 검찰, 금감원의 상급기관으로써 이들에 대한 핵심적인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고, 검찰과 금감원은 다른 많은 수의 기관들을 겨냥해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것이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권의 검찰'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유사점은 바로 '불협화음' 측면이다. 최근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을 중심으로 법무부와 검찰(더 정확히는 대검)은 상하관계 정립 및 월성 원전, 특수활동비 등 각종 이슈에서 큰 갈등을 빚고 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듯 하다.

그 경중에서 차이는 좀 있지만, 금융위와 금감원도 여러 부분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모펀드 사태가 두 기관간 갈등의 중심에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관련 조사가 허술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하자,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은 지난 2015년 금융위의 규제완화에 있는데 모든 책임은 금감원이 떠안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더 나아가 금융위가 금감원에 예산 및 인력을 충분히 배정하지 않아 급증하는 감독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위로부터의 '독립'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예속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서도 보여지는 모습이다.

또 금감원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규제가 필요하고 금융사가 분쟁조정 결과를 필히 받아들이게 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위는 금융사의 자율성을 어느정도 보장하며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산업 육성과 감독이라는 상치되는 목적을 함께 갖고 있다 보니, 사실상 출발에서부터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분열과 반목 등 대한민국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있듯이,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도 금융권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두 기관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그 부정적 여파는 결국 금융사와 금융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다.
한 업권을 관장하는 중추적 기관들간의 원만한 관계가 해당 업권은 물론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선순환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첫걸음일 것이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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