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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마켓워치] 전문가들 "공모주 청약 개인물량 확대 반대"

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3 07:54

수정 2020.11.13 07:54

금투협 주최 'IPO 공모주 배정 이슈와 개선방안 토론회'
"단기 과열현상만으로 제도를 바꿔야 하는지 의문" 
"정보 불균형 존재…개인은 공모주펀드 투자가 바람직"
"개인투자자 의견 나오지 않아 아쉬워"
[파이낸셜뉴스] 상장사 기업공개(IPO) 때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을 줄이고 개인투자자 물량을 늘리려는 정부의 공모주 제도변경 논의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의 시선을 드러냈다. 향후 시장 분위기가 변할 때 위험성만 키우는 무의미한 논쟁이라는 의견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투자협회가 진행한 'IPO 공모주 배정 이슈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자로 나서 개인투자자 물량 확대를 골자로 한 제도개선 방안을 설명했다.

■하이일드펀드 배정 줄이고, 우리사주 미달분 붙여 개인물량 최대 30%로 확대

이 연구위원 안은 개인 청약자 배정 물량 확대를 위해 하이일드펀드(신용 등급이 낮은 투기 등급 채권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 펀드) 배정비율을 10%에서 5%로 줄이고 우리사주조합 청약 미달 물량은 최대 5%까지 개인 청약자 물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개인 청약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은 현행 20%에서 30%까지 늘어난다.

개인 청약 물량에 대해 균등배분 방식도 일부 도입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 제도로는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처럼 시장 관심이 뜨거운 공모주를 할당받기 위해 거액의 증거금이 필요한데, 이를 마련할 수 없는 개인 청약자의 참여 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을 감안한 구상이다.

이 방식은 개인 청약 물량 가운데 일부는 기존처럼 증거금에 비례해 배분하는 방식을 유지하되, 나머지는 최소 청약 증거금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에게 추첨이나 균등배정(1/n) 등의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 동등한 배정 기회를 부여한다.

■코너스톤 투자자 우대…공모주 장기 보유 유도

IPO 절차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안도 나왔다. '기관투자자 신주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적정 공모가 산정에 기여도가 낮은 기관투자자는 신주 배정을 제한하고, 주관사가 미리 지정한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공모주 물량 일부를 우선 배정하고 장기 보유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도 발표됐다. 이는 주관사의 자율권을 더욱 보장해야 가능하다.

이 연구위원은 초과배정옵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초과배정옵션은 주관사가 최대주주에게서 차입해 공모물량의 15% 이내에서 추가로 공모주를 배정하는 제도다. 주관사는 상장 후 공모가의 90% 이상 가격으로 초과 배정 물량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 기준을 80% 이상으로 완화해 제도를 보다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1주 받던 것을 1.7주 받게 하는 방안은 해결책 아냐"

이 연구위원 발표에 이은 패널토론에서는 현행 방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송교직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핫·콜드 마켓은 투자자 심리에 따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과열된다고 해서 갑자기 제도를 바꿔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권지훈 씨티은행 ECM 본부장=주관사 기능이나 법의 기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근 공모주 과열)현상은 유동성 시장에서 만들어진 투기적인 묻지마 투자로 봐야 한다.

▲전진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발행시장은 적정 공모가 결정, 성공적인 물량 소화 측면에서 증권사와 기관끼리 계약에 의한 시장으로 보고, 거래소 시장보다 정보 불균형 심하기 때문에 개인은 직접 투자보다 공모주펀드 투자 등 간접투자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대부분 기관이 청약을 한다. 홍콩도 (개인 물량으로)10% 이상 배정하는 수준이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현행 IPO제도는 큰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공모주에 과도하게 많은 투기적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 물량배정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된 배경이다. 호가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90%에서 200%까지 호가를 하게 돼있는데, 위아래로 균등하게 30%씩 호가를 한다거나 아예 0부터 무한대까지 하는 식이어야 한다. (현행은)하방을 90%로 막아놓고 상방은 100%까지 열어둔 탓에, 시스템 자체가 투기적 수요를 만드는 면이 있다.

▲이진우 삼프로TV 대표=전문가들에겐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작은 문제 때문에 도마에 올라갔다가 제도 자체가 흔들리는 부작용이 있어 고민이 있을 것이다. '돈이 될게 뻔한 공모주를 왜 제대로 분배하지 않느냐'하는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배정방식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는 다음에 이슈가 나타날 때 재차 (같은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있을 것이다. 개인투자자 물량을 지금보다 조금 더 늘려서 1주에서 1.7주를 받게 하는 게 본질은 아닌 것 같다. (이 연구위원 방안으로도) 충족되기 어렵다면 뭔가 조건을 줘야 할 것 같다. 복잡하더라도 공모를 받을 때 개인들도 보호예수를 3개월, 6개월 등으로 걸도록 해 오랜 기간 팔지 않겠다는 투자자에게 많은 물량을 주면 된다.

■"개인투자자 입장 대변할 전문가 없어 아쉬워"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개인투자자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이나 청중이 참석하지 않아 사전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패널토론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엔 기관투자자에 해당하는 공·사모펀드운용사 관계자들의 의견개진만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안희준 한국증권학회 회장이 질의응답 도중 기관투자자와 다른 의견을 가진 참여자가 있는지 물었지만 나오지 않았다.
토론에 참석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입장도 궁금했는데 전혀 듣지 못해 반쪽행사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패널 스펙트럼이 기대만큼 다양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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