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웃는 모습 담긴 성추행 피해자 증거영상 쉽게 배척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6 06:00

수정 2020.11.16 06:00

대법 “웃는 모습 담긴 성추행 피해자 증거영상 쉽게 배척 안돼“


[파이낸셜뉴스] 성추행 피해사실이 담긴 폐쇄회로(CC)TV에서 피해자가 종종 웃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이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판단의 근거로 삼아선 안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편의점 직원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창원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국내 모 편의점 개발팀 대리로 근무하며 창업상담 및 계약 업무를 담당하던 박씨는 평소 업무로 자주 만나던 경남 진주의 편의점주 A씨에게 호감을 갖고있었다.

그러던 중 박씨는 2017년 4월 혼자 근무중이던 A씨에게 업무 관련 설명을 하다 오른손으로 A씨의 머리를 만졌다. 박씨는 A씨가 자신을 밀어내면서 거부의사를 표시했지만 계속해 A씨의 머리를 만져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1차 추행이 있은 지 30분 가량 지나 왼팔로 A씨의 목을 껴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억압한 후 A씨의 얼굴에 키스를 해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법정진술과 CCTV 영상 등을 근거로 박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 벌금 400만원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 직후 박씨가 계속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수분씩 통화한 사실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또 사건 발생 당일 A씨 배우자가 집에서 CCTV를 보다 박씨와 A씨가 접촉한 사실을 발견한 즉시 점포로 찾아왔고, 4일 후 A씨가 남편과 혐의이혼한 점 등을 근거로 외도를 의심받고 있던 A씨가 이혼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자신의 책임을 덜고자 박씨와의 신체 접촉을 강제추행으로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CCTV영상에 신체적 접촉이 일어났을 때 A씨가 종종 웃는 모습을 보인 점도 추행을 당한 사람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으로서는 1심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나 CCTV 영상 등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든 증거들의 증명력에 의문이 있다면 1심이 이미 고려한 사정 또는 부차적인 사정만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1심 판단을 뒤집거나 막연한 추측에 기초해 1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든 증거들의 증명력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추가 증거조사를 통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등에 관해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