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스가의 일본' 수소사회로 전환.. 친환경 인프라 통해 경제 살린다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5 17:57

수정 2020.11.15 21:46

고베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공항섬은 '수소 공급'
호주로부터 공급받은 액화수소
2년뒤 대형 운반선 건조기술 쌓아
수소 발전소에 공급한다는 계획
포트아일랜드는 '수소발전소'
30m 높이 액화수소탱크 등
주요 핵심설비는 올 운행 앞둬
'스가의 일본' 수소사회로 전환.. 친환경 인프라 통해 경제 살린다 [글로벌 리포트]
일본 효고현 고베시 공항섬에 위치한 액화수소하역기지 전경 사진=조은효 기자
일본 효고현 고베시 공항섬에 위치한 액화수소하역기지 전경 사진=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베·도쿄=조은효 특파원】 미국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두 달 앞둔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과제를 놓고 비상이다. 일본은 지난 2014년 이미 수소사회 원년을 선포했음에도 "막차를 탔다"며 긴장감이 팽팽하다. 일본 스가 정권은 이 긴장감을 다시, 친환경 인프라 투자사업을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그린 리커버리(녹색 부흥)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한국 문재인 정권의 그린 뉴딜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바이든 시대를 앞두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녹색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11월 초 일본 효고현 고베시 앞바다 두 곳의 매립지(인공섬)인 '고베 공항섬'과 '포트아일랜드'에서는 각각 '고베 액화수소 하역기지'와 '수소 발전소' 실증 실험이 한창이다.
이는 친환경 사회로 가기 위한 고베시의 '스마트 시티 구상'의 주요 프로젝트이자, 일본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수소 에너지 도입을 위한 대표적인 시험장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이곳 고베를 비롯해 수도 도쿄의 수소 충전소 설치는 물론이고, 원전 폭발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후쿠시마현에 수소 실증 기지를 설립 추진하는가 하면, 이미 기타규슈, 야마구치현, 가나가와현 등지에서 수소 도입과 관련한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호주간 '수소 에너지 동맹'

이 가운데 고베 공항섬 한쪽 귀퉁이에서 진행 중인 일본·호주간 액화수소 운반 실증 프로젝트는 주목할 만하다.

일본·호주 간 '수소 에너지 동맹'을 실감케 할 만한 국제적 사업이다. 일본 정부는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수소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지난 2015년 일찌감치 호주와 손을 잡았다. 지난 달 일본은 호주로부터 연 30만t(2030년 목표)의 수소를 공급받기로 했다. 100만㎾ 발전소 1기를 1년간 가동시킬 수있는 양이다. 이 곳이 수소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한 일본 내 전진 기지인 셈이다.

호주로부터 수소 공급 프로젝트는 호주 빅토리아주의 저품질 석탄인 갈탄을 원료로 한다. 갈탄에서 뽑아낸 수소는 -253℃ 로 냉각·액화돼 호주 헤이스팅스항에서 특수제작한 액화 수소 운반선에 실려, 이곳 고베 공항섬까지 9000km거리를 16일간 운반된다. 이후 하역, 저장, 공급 장치 등을 통해 고베 지역 등 간사이 지역 수소 발전소 등에 공급되는 구조다. 일본 측 사업 주체는 가와사키중공업, 이와타니산업, 마루베니, 쉘 재팬 등이다.

이 사업은 수소와 관련 '세계 최초', '일본 내 최대' 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상태다. 부지 가운데 위치한 원형의 액화 수소 저장탱크는 2500㎥로 일본 내 최대 규모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이 사업에 투입될 '액화 수소 운반선' 진수식도 열렸다. 가와사키중공업은 현재 실증 실험용 수소 운반선이 길이 116m의 소형선박이지만, 향후 상용화를 노려 2022년까지 대형 운반선 건조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첫 대규모 수소 도입 실증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현장엔 긴장감이 느껴졌다. 늦은 오후 현장 작업자들은 액화 수소 운반선 접안시설, 하역 크레인, 수소 저장탱크 등 곳곳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곳에서는 안전성 문제로 휴대폰 전원은 꺼야 한다. 거대한 수소 에너지 실증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안전은 제1의 수칙이다. 가와사키 중공업 등 사업주체 측은 당초 이 실증 프로젝트를 내년 봄에 마칠 계획이었으나, 약 1년 연장해 2022년 초까지 진행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 민감한 에너지 자원인 '수소'를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 '돌 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해 가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효고현 고베시 포트 아일랜드에 위치한 수소발전소. 사진=조은효 특파원
일본 효고현 고베시 포트 아일랜드에 위치한 수소발전소. 사진=조은효 특파원

■"5년간 도입 노력, 세계사적 조류와 만났다"

공항섬 북쪽, 역시 매립지인 포트아일랜드에서는 고베 수소발전소가 올 가을 본격 운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8년 1월 시험 가동에 들어가, 그해 4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100%수소로 열과 전기를 발생, 인근 병원, 고베국제전시장, 포트아일랜드 스포츠센터, 하수 처리장 등에 공급한 바 있다. 수소를 100% 연료로 태워 발생한 전열(電熱·전기와 열)을 복수의 인근 시설에 공급한 것은 이 발전소가 세계 최초다.

고베시와 일본의 내로라하는 중공업체들의 합작품이다. 클린 에너지인 수소를 활용한 스마트시티를 만든다는 구상에 따라 지난해 12월 쓰레기소각장 자리에 약 20억엔(약 200억원)을 투입해 완성했다. 수소발전소 내 가로 63m, 세로 23m 면적의 발전 구역에는 30m 높이의 액화수소탱크, 수소가스압축기, 1㎿급 가스터빈, 변전설비, 천연가스압축기, 배열 회수보일러 등 핵심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수소는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이론상으로는 장차 고갈될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 비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화석연료와 달리 연소해도 유황산화합물 같은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는 유해물질이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효과 유발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런 특징을 가진 수소발전은 앞으로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고베수소발전소는 바로 그 시험장인 셈이다.

다만, 수소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고베시 관계자는 "주민들을 수차례 만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해왔다"고 말했다. 고베시내에서 떨어진 바닷가 매립지에 세워진 것도 안전성 문제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고베시와 참여 기업들은 어렵사리 첫 발을 내딛은 수소 프로젝트들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사회 흐름을 타고, "드디어 물을 만났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가와사키 중공업 니시무라 모토히코 수소체인센터장(공학박사·준집행 임원)은 "수소 공급, 운반, 발전소 설립까지 일관체계를 갖춘 곳은 우리 밖에 없다"며 수소 시대 개막을 앞두고 "우리는 더욱 바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 직전 스가 총리는 발빠르게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선언했다. 바이든 정권 탄생을 직감한 선제적 행보였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세계의 조류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나 자신 스스로 느끼고 있다.
"(지난 7일 요코하마시 강연)며 이 새로운 조류에 적극 편승할 것임을 시사한 상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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