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시 반대 묵살하고 밀어붙이더니..시한폭탄 된 ‘전동킥보드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7 06:00

수정 2020.11.17 06:00

지난 5월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 당시 서울시 ‘반대’ 의견
국회 연령 제한 논의 없이 본회의 올려...12월 10일 시행까지 D-23
정치권 뒤늦은 해명 “경험 없어 잘 몰랐다” “안전 교육이 낫다고 생각”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전동킥보드 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통과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안전사고 급증 우려 논란으로 연일 도마에 오르는 가운데, 법안 제정·통과 당시 국회가 서울시의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묵살하고 이를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 시행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졸속 개정안의 시작은 윤재옥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17년 6월 8일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전동킥보드를 기존 ‘원동기 장치 자전거’에서 ‘개인형 이동장치’로 규정하고, 면허 없이 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후 경찰청은 이 법안을 법 제정 기준으로 삼자고 주장했고, 실제 윤 의원 법안 발의 3년여 뒤인 지난 5월 20일 해당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시행은 오는 12월 10일로, 17일 기준 23일 남았다.

그런데 서울시 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법 개정) 당시 서울시는 반대했다. 운행 제한 연령을 현행 16세로 유지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국회(행안위)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령 하향조정이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규제 혁신에만 초점을 맞춘 채 위험성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국회는 보행자, 이용자, 시민단체, 지자체 등에서 토로할 때는 꿈쩍 않다가, 언론 보도가 나가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서는 모양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윤 의원은 “면허를 따게 하기보다 안전 교육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의원들이 운행을 해 본 경험이 없었다”며 법안의 한계를 시인했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운행 제한 연령은 만 13세로 대폭 낮아진다.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들도 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면허도 필요 없어진다. 안전모 미착용은 금지되지만, 처벌 조항이 따로 없어 단속이 불가하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급증할 우려가 큰 이유다.

서울 강남구 대로 한 구석에 방치돼있는 전동킥보드 / 사진=김태일 인턴기자
서울 강남구 대로 한 구석에 방치돼있는 전동킥보드 / 사진=김태일 인턴기자
공유형 퍼스널모빌리티(PM)의 증가 추세를 보면, 이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2018년 150대 정도였던 서울 내 대수는 올해 3만5850여대로 200배 넘게 뛰었다. 2022년에는 20만대(개인 소유 킥보드 포함)까지 급증한다는 예상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17년 117건이었던 사고 건수 역시 2019년 447건으로 3배 이상 뛰었다.
또 최근 3년간 수도권(서울·경기)의 가해운전자 연령을 보면 20대가 147명으로 가장 많았다. 10대 22명, 심지어 10세 미만도 2명 있었다.


이에 서울시 측은 “이미 시행을 앞둔 법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며 “다만 서울시 차원에서는 전동킥보드 이용자 및 보행자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