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은 불가피한 선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6 18:00

수정 2020.11.16 18:00

현대·기아차 사례가 모범
한진해운 퇴출 반면교사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에 필요한 자금 1조8000억원 중 8000억원은 KDB산업은행 투자금을 통해 충당한다. 이날 정부도 산업경쟁력강화회의를 열고 산은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국내 항공역사상 최대 빅딜이다.
1988년 아시아나 창립 이후 32년간 이어진 양강 체제는 대한항공 원톱으로 재편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보자면 세계 7위권의 대형 국적항공사가 탄생한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양사를 합쳐 20조원, 자산은 40조원에 이른다. 아시아 최대 수준이다.

이번 빅딜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된 이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국내 항공산업 전체 경쟁력을 고려한 카드로 볼 수 있다. 항공업황은 과잉공급으로 인해 코로나19 이전부터 불투명했고, 여기에 코로나19는 치명타가 됐다. 글로벌 항공사들도 대규모 감원과 파산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화물 틈새 공략으로 2·4분기 깜짝실적을 낸 것은 대단한 성과였다. 저력을 입증한 것이다. 하지만 누적된 부채로 인한 동반부실, 불필요한 중복노선 등을 고려하면 빅딜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안정적 통합까지 당장은 가시밭길이다.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당사자이면서 한진칼 대주주인 KCGI 주주연합은 즉각 유감을 표시하며 강력 반발했다. 인수 저지를 위해 법적 대응과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항공사는 시장점유율이 60%를 웃돌아 독과점 폐해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로선 운임 인상이 가장 큰 걱정이다. 해고 불안감을 가진 노조와의 충분한 소통도 과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창업이념인 수송보국의 심정으로 결단을 했다.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말을 실천하기 바란다.

성공적인 통합과 그 후 안정된 경영을 위해선 기업 자율성이 적극 보장돼야 함은 물론이다. 일각에선 정부 지원금이 대거 투입된 통합 항공사에 혹여 정부 간섭이 세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금난에 처한 기업에 지원을 대가로 입김을 행사하는 것은 후진적이다. 빅딜의 모범은 외환위기 당시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꼽을 수 있다.
지나친 원칙과 금융 잣대만 들이대며 결국 퇴출시키는 바람에 한국 해운업을 후퇴시킨 한진해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