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우리동네 에너지정책 직접 만들고… 햇빛발전소 함께 짓습니다" [에너지 전환, 시민이 나선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6 18:24

수정 2020.11.17 08:33

전주시, 민관 손잡고 에너지 자립
4년전 출범한 시민포럼이 씨앗
정책 제안·수립·모니터링 참여
시민 출자 한살림햇빛발전조합
8년간 10개 태양광발전소 설치
전주에너지전환시민포럼이 시민밀착형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자전거 출퇴근 챌린지'에 참여한 전기자전거 체험단.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전주에너지전환시민포럼이 시민밀착형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자전거 출퇴근 챌린지'에 참여한 전기자전거 체험단.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에너지전환, 시민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시민이 제안하고 시민이 함께 추진하고 모니터링합니다". 강소영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시민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에너지전환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민들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생활 속 에너지전환'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시민단체가 전주에 있는 전주에너지전환시민포럼이다. 이 단체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12개 에너지전환 우수사례 대상(시민단체부문)을 수상했다.

■시민이 만드는 생활속 에너지전환

민·관이 함께 이룬 노력으로 전주시는 에너지 자립도시로 앞서가고 있다.
전주시와 시민포럼이 함께 하는 에너지전환은 무엇이 다를까.

강 사무국장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 다르다. 시민들이 작성한 에너지계획에 따라 전주시에 에너지전담 부서가 만들어졌고 관련 정책과 예산이 수립됐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 데 시민들의 참여는 중요했다.

우선 뜻 있는 시민들이 함께 모였다. 전주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2016년 전주에너지전환시민포럼이 꾸려졌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전주지역 11개 시민단체와 전문가, 시의회, 전주시 등 다양한 기관과 단체가 참여했다.

시민들은 수십번 토론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이렇게 전주지역에너지계획 '에너지디자인 3040' 이 수립됐다. 오는 2025년 에너지자립률 30%, 전력자립률 40% 달성이 목표다. 지자체 주도의 정책이 아니라 정책 입안부터 시민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전주시 맑은공기에너지과 박문석 과장은 "전주시는 '에너지 디자인 3040' 수립의 모든 과정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에너지자립도시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자전거챌린저' 등 프로그램 호응

실행은 빨랐다.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시민밀착형 프로그램부터 실천에 옮겼다. 그 중 '자전거 출퇴근 챌린지'가 많은 호응을 얻었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등하교하면서 포인트를 쌓고 메달과 상품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시민포럼은 전기자전거 체험단을 모집하고 동아리와 기관 등을 대상으로 전기자전거 대여 사업도 펼쳤다. 시민들의 참여로 지난해 총 2723.25km를 전기자전거로 주행했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657.2kg을 줄여 소나무 99.6그루를 심는 효과다.

시민포럼은 시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에너지전환박람회('나는 뽁뽁이다')도 2017년부터 열고 있다. 태양광 손수만들기, 실내정원 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에 시민들의 반응은 좋았다. 박람회의 '뽁뽁이' 별칭은 겨울철 단열재로 쓰이는 에어캡, 일명 뽁뽁이에서 따온 것이다.

또 공동주택의 에너지효율을 컨설팅하고 고효율 제품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채광량이 높은 큰 창호에 열차단 필름이나 외부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실내조명을 실링 팬 또는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의 60%(최대 100만원)를 지원, 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에너지전환의 씨앗'은 더 많은 열매를 맺고 있다. 시민포럼은 올해 3월 전국 최초로 민관협력형 에너지센터를 전주에 개관했다. 이 곳은 지역에너지계획의 민간 분야 사업을 기획·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광발전소를 견학하고 친환경에너지에 대해 배우는 햇살나들이 교육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광발전소를 견학하고 친환경에너지에 대해 배우는 햇살나들이 교육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출자해 설치한 충북 괴산군의 산두레햇빛발전소.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출자해 설치한 충북 괴산군의 산두레햇빛발전소.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시민들이 함께 짓는 '햇빛농사'

시민들의 힘은 세다. 한사람이 두사람이 되고, 이렇게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힘을 모았다. '햇빛농사'를 함께 짓는 공동체, 태양광발전 협동조합 이야기다.

지난 2012년 12월, 1400여명의 시민들이 재생에너지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들은 출자금 13억원을 모아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 조합은 지역 한살림물류센터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건립했다. 2013년 9월 첫 준공된 횡성 햇빛발전소(31.2kW)를 시작으로 대전(31.2kW), 안성(438.9kW)으로 늘려나갔다.

건립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부지확보가 어려웠다. 태양광에 대한 이웃들의 부정적 인식도 걸림돌이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관계자들을 찾아가 태양광발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관심과 이해도를 높여나갔다. 조경은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에너지전환 교육으로 많은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청정에너지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조합원은 더 늘었다. 지난 2017년 2차 햇빛발전소 설치에 543명의 조합원이 약 10억원을 출자했다. 영동·청주·괴산 등 충북지역 곳곳과 강원도 횡성 등 총 6곳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올해 9월 기준 총 10곳의 1007kW급 태양광 발전소가 운영 중이다. 이들 햇빛발전소는 1년 동안 약 1286M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산화탄소 약 570t을 줄이는 효과다.

햇빛발전소 사업은 현재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전력판매 수익금은 투명하게 공개, 조합원들에게 평균 3%대로 배분된다.

■에너지전환 수익금, 교육·기부로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에너지전환 교육과 기부로 '햇빛농사'로 거둔 열매를 나누고 있다.

태양광발전소를 견학하고 친환경에너지에 대해 배우는 햇살 나들이 교육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역으로 찾아가는 에너지전환 교육도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햇빛저금통 만들기와 같은 체험교육은 반응이 좋다. 햇빛저금통은 낮에 햇빛으로 충전했다가 밤에 빛을 내는 조명인데, 8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는 기부도 실천하고 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지난 2017년부터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라이팅칠드런 캠페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취약국가인 라오스, 아프리카 말라위 등에 교육 활동으로 만든 태양광 랜턴도 기부했다.
지난해엔 조합원들의 출자배당금 등 일부를 기부해 어려운 이웃들의 전기요금을 내주는 활동도 펼쳤다.

조 사무국장은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과 환경 효과 등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교육에 더 힘쓴다면 분산형 지역에너지의 새로운 가치와 수익 창출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햇빛발전소는 에너지전환 우수사례 최우수상(시민단체부문)을 받았다.

공동기획 : 산업통상자원부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