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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 칼럼] 사모펀드와 수수료 수익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7 18:00

수정 2020.11.17 21:12

[한미재무학회 칼럼] 사모펀드와 수수료 수익
독일 국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옵티머스, 라임 사태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모펀드는 국내 제도상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는 아니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원칙적으로 투자자가 소수이고, 투자자당 투자금액이 큰 것이 특징이다. 투자내용이 전문적이고 위험한 경우가 많아서 일반투자자가 접근하기에는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모펀드가 어떻게 은행 지점 창구에서 팔리는 지경에 이르렀나. 전통적으로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 이자수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09~2013년 미국 상업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62.6%였던 반면 국내 은행은 85.4%에 달했다. 저금리 시대에 예대마진에 의존한 기존 사업구조로는 지속적인 수익 확보가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비이자수익, 즉 수수료수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글로벌 은행들의 주요 수수료는 송금 수수료, 계좌유지 수수료 등 은행의 핵심업무인 예대 관련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다. 예컨대 체이스은행은 가계수표 발행이 가능한 요구불예금(checking account)에 대해 일일 잔액이 15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월 12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1~2013년 미국 상업은행의 계좌유지, 행내송금 등 예대 관련 수수료 비중은 23%인 데 비해 국내 은행은 이 비중이 12.6%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내 은행들이 계좌유지 수수료, 행내송금 수수료 등을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금융을 산업이라기보다는 공공기능의 일부로 인식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이 직접 인식하기 어려운 숨어 있는 수수료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바로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다. 예금을 하러 은행에 가면 창구 직원들이 예금이 아닌 보험, 펀드 등을 권유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금융상품은 한번 팔면 모든 운용과 관련된 위험을 발행회사가 지고, 판매사는 상품이 해지되지 않는 한 판매 수수료를 매년 떼기 때문이다. 예금보다 훨씬 편한 장사인 것이다. 2017년 이전에는 연금보험 상품 판매수수료는 고객에게 공시조차 되지 않았다. 미국 상업은행은 판매수수료가 전체 수수료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불과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이 비중이 47.4%에 달한다. 이처럼 은행 창구에서 팔리는 금융상품이 단순한 저축성 보험 및 일반 펀드를 넘어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금리가 변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위험한 파생상품으로 그 범위가 확장됐고, 2015년에는 5억원 이상이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으로 하향 조정되더니, 급기야 작년 독일 국채 DLF 사태가 터지기에 이르렀다.

독일 국채 DLF는 대부분 1% 넘는 고율의 수수료를 받았는데, 일부 은행에서는 성과평가 시 DLF 판매실적 배점을 타 은행에 비해 높게 설정하고 매년 목표치를 상향 제시했던 것이 드러났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상하위 펀드 간 중층 구조를 만들어 사실상 공모펀드처럼 운용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을 확보했는데 감독은 공모펀드처럼 되지 않으니 사고가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다행히 작년 11월 최소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됐고, 지난 7월 말 이후 시행 중이다.
그러나 판매사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지금의 사태 해결방식 또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불완전판매가 있으면 판매사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나, 위험상품 투자에 대한 최종적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손실을 볼 때마다 당국이 나서서 보전해 준다면 누구나 위험상품을 선호하게 되어 경제 전반의 위험추구 행위가 적정 이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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