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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일본에서 본 文대통령의 이미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7 18:00

수정 2020.11.17 18:00

[재팬 톡]일본에서 본 文대통령의 이미지
올봄 차기 일본 총리감 1위로 꼽혔던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을 인터뷰했을 때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친북 좌파 정권'이라는 시각도 많지만, 실제 그런지 아닌지는 만나서 대화를 해보지 않고선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현재는 파벌정치에 가로막혀 정치적 명운이 불투명해졌지만,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일본 총리감으로 부동의 1위를 달린 일본 유력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나는 아직 만나보지 않아 잘 모르겠으나, 세간의 인식이 친북좌파다'라는 것이다.

'친북좌파'는 한국 사회에서는 불편한 단어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진보진영'이란 말을 혹시 일본에서는 '좌파'라고 부르는 것인지, 적지않게 고민했으나 결론은 '친북좌파'라는 단어를 그가 꼭 집어서 썼다는 것이다. 반(反)아베 선봉장으로 과거사 문제에 성찰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그조차 한국의 현 정권에 그다지 호의적 시각은 아니었다고 여겨진다.

일본 언론인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정말 친북 정권이라도 만들려고 그러느냐"는 등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여기에는 '한국은 왜 일본, 미국에서 멀어지면서 북한·중국에 다가가느냐'는 불만, 섭섭함, 의문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고 보인다.

지난달, 한 일본 친구를 만났다. 40대 중반의 가장으로 일본 명문대를 나와 일본 메가뱅크 중 한 곳에 다닌다. 대학 시절엔 누구보다도 한국에 열정적이었다. 그가 주축이 돼 만든 한·일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은 10년 가까이 유지되며 양국 많은 젊은이들을 연결하는 통로가 됐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오로지 북한만 중시하고, 정말 일본을 싫어하는 '반일'이냐. 또 자기와 입장이 다른 반대파들도 배척하느냐." 일본에서 문 대통령의 이미지가 심각하다고 여긴 순간이었다.

특히 '반일'이라는 발언 속에는 섭섭함이 녹아 있었다. 미처 청산되지 못한 일제침략의 역사, 아베 전 총리의 적반하장식 수출규제, 극일, 한국 보수를 향한 친일 프레임 등 이쪽에서 설명해야 할 서사가 너무 길었다.

한국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만큼이나 일본에서 문 대통령의 이미지는 좋지 않아 보인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일본의 겐론NPO와 공동으로 실시해 지난달 발표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각각 상대국 국민에게 아베 전 총리, 문 대통령의 호감도는 1%대로 나타났다. 반면 비호감이라는 응답은 각각 90%, 49.7%였다. 대통령이 타국 국민에게까지 인기가 있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20여년간 이어온 교류자원들이 갈등 프레임 속에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대북노선을 둘러싼 시각차, 미디어를 통한 갈등의 확대재생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반한과 반일이 한층 견고해지는 것이다. 외교당국 간 징용배상 해법 모색과 별개로 분명 다른 종류의 '대화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공공외교나 교류활동 지원들은 관계가 좋을 때보다 나쁠 때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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