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관련정책을 수립하고 관련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션테크 코리아>가 11월 26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6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오늘날처럼 교통이 발전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경제, 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의 교류와 교역이 항만도시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번영을 거듭했던 항만도시도 내륙도시와 마찬가지로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빠르게 쇠퇴했고, 이때부터 항만과 주변 일대의 활성화를 모색하는 '수변재생(waterfront regeneration)'이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수변재생이 물류업과 제조업에 기반해 조성된 전통항만의 특성상 산업 구조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공공성에도 한계가 있어 도시재생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영국의 리버풀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기존 항만에 남은 건축 자산과 시설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해 문화예술, 업무, 상업, 주거 등 대부분의 도시 기능을 융합한 수변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쇠퇴한 도시에서 '유럽문화수도'로 지정…수변재생의 상징 영국 '리버풀'
리버풀은 영국 북동부 머지강변(Merseyside)의 항만도시이다. 17세기부터 리버풀은 수변의 지리적, 환경적 조건을 활용해 해상무역과 제조업이 번성했고,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 해상무역 거래량의 40%가 리버풀에서 이뤄질 정도였다.
하지만 19세기에 접어들어 산업 구조가 급격히 변하면서 위축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군의 폭격으로 주요 항만 시설이 심각하게 파괴됐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대형 컨테이너를 이용한 화물 수송이 보편화되면서 재래식 항만인 리버풀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에 영국 정부는 1981년 리버풀에 도시재생사업을 주도할 '머지사이드개발공사'를 설립해 기존 항만 시설을 재활용하고 기반시설을 정비해 민간투자 유치로 지역 사업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유럽 도시 중 가장 쇠퇴한 도시인 리버풀이 단기간에 투자를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머지사이드개발공사는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여기서 물류 시설로서는 쓸모가 없었지만 위치나 규모 면에서 해양도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에 충분한 머지강변의 항만 시설에 주목했다.
또 리버풀시는 핵심정책으로 '문화'를 내세우며 머지강변을 재생하기 위해 문화를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예술과 관광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맨체스터, 리즈 등의 경쟁 도시를 따돌리고 미술 방면에서 유명한 테이트재단의 미술관 유치에 성공했다.
테이트재단은 미술관을 새로 건립하지 않고, 머지강변에 방치된 앨버트 독의 일부를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앨버트 독은 1846년에서 1848년 사이에 엔지니어인 제스 하틀리(Jesse Hartley)가 디자인한 전형적인 부둣가 창고였다.
앨버트 독은 비록 화물용 창고지만 머지강변의 지리적 요충지에 자리해 항만도시의 특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했으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문화예술을 포함해 다양한 기능을 수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앨버트 독은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거점인 '앵커 프로젝트'이자 단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출발점으로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테이트미술관이 앨버트 독의 일부를 사용하면서 향후 부두 전체를 재활용하는 데 확실한 견인차가 될 수 있었다.
리버풀시와 머지사이드도시개발공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머지사이드해양박물관'을 앨버트 독의 북쪽으로 이전하고, 리버풀의 자랑이자 상징인 '비틀스 스토리', 세계 최초 '국제노예박물관'을 연이어 개관했다.
이로써 방치된 물류 창고였던 앨버트 독에 각기 다른 개성과 소장품을 지닌 네 개의 박물관이 자리함으로써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 '문화예술지구'를 구축했다.
리버풀 수변재생사업의 성과는 구체적인 통계에서 나타났다. 관광객은 고사하고 시민조차 외면했던 장소인 앨버트 독을 찾은 방문객 수 1990년 200만명에 이르렀다. 리버풀의 전체 고용률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불과 4년 동안 10.4%가량 상승했으며, 일자리 약 5만 1000개가 창출됐다. 또 리버풀을 방문한 관광객이 지출한 비용은 1990년 3억3500만 파운드(약 6700억 원)에서 2000년에는 거의 두 배인 6억400만 파운드(약 1조2000억 원)에 이르렀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리버풀의 도시 재생의 긍정적 효과는 일시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넘어 복합 상업지구로 발전하는 전기가 마련돼, 1999년 부지 면적만 약 16만 5000㎡에 이르는 영국 최대 규모의 실외쇼핑몰 '리버풀 원'을 조성하면서 문화예술지구와 복합 상업지구를 결합했다.
2008년에는 리버풀이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로 지정되면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리버풀의 수변재생사업의 결실을 맺었다.
◇원도심과 조화 '부산항 북항 재개발'…국내 최초 항만 재개발
우리나라에서는 수변재생보다는 항만 재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원도심과의 조화로운 개발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부산 북항 재개발을 들 수 있다.
국내 최초의 항만 재개발 사업으로 시작된 부산 북항 재개발은 2007년 기존 부두를 활용해 매립을 최소화하고 친수공간과 조망권 확대, 부산역과 재개발 지역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이어 2008년 12월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 공사가 착공됐다. 2015년에는 북항 3·4부두 일대에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준공됐다.
2017년에는 '부산항 북항 일원 통합개발 기본구상'을 확정했으며, 2019년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여기에 더해 올 2월에는 한 단계 발전시킨 종합계획인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당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부산시와 긴밀히 협력하여 사업을 추진해 나가, 이를 통해 원도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과 함께 의지를 보였다.
통합개발 마스트플랜에는 '사람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글로벌 신해양산업 중심지 육성'이라는 비전으로, 부산항 북항 7대 특화지구의 세부 발전계획과 북항 일원의 종합교통망 체계 구축방안을 담고 있다.
북항 7대 특화지구는 Δ게이트웨이(Gateway)·친수·문화지구 Δ국제교류‧도심복합지구 Δ정주공간‧청년문화허브지구 Δ근대문화‧수변상업지구Δ해양산업혁신지구Δ해양레저산업혁신지구Δ항만물류지구로 구성됐으며, 이를 통해 친수공간 확보로 여가와 레저는 물론 해운물류 거점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북항 일대를 원형으로 잇는 '환상형 교통망(Ring Road)'을 구축해 7대 특화지구를 연결하고, 지하차도‧고가도로 등으로 원도심과의 연계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의 공정률은 54%로 경관수로 호안 축조공사, 보행데크 연결공사 등 사업 9건이 추진되고 있다.
해수부는 올해 말까지 친수공원 조성공사, 1-2단계 매립공사, 제1차도교 건설공사, 마리나 건립공사 등 남은 사업 4건의 공정률 75%를 달성하고, 2022년 초에는 전체 사업을 준공한다는 방침이다.
◇리버풀 도시재생 시사점…책임기관·앵커 프로젝트·정책적 변화·확장성
수변재생을 연구하고 있는 김정후 런던시티대학교 교수는 리버풀의 도시재생사업이 우리나라 항만도시에 제시하는 구체적인 시사점으로 Δ수행 책임기관 존재 Δ앵커 프로젝트 Δ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는 정책적 변화 Δ수변 재생의 확장성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김 교수는 "도시개발공사와 리버풀 비전은 공공기관이지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기업과 주민을 포함해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이 실질적으로 추진되도록 했다"며 "이 과정에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모두로부터 객관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도 의미가 있다"고 책임 기관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앵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앨버트 독은 상징적, 실제적으로 리버풀 도시재생사업의 시작이자 끝이다"라며 "쇠퇴한 항만도시가 활성화를 위한 출발점을 만드는 과정에서 앵커 프로젝트는 효과적인 변화의 출발점이며, 특히 앨버트 독처럼 항만도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강하게 보유한 경우 앵커 프로젝트로서 최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또 "리버풀이 머지강변을 중심으로 수변재생사업 과정을 돌이켜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속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시행했다는 것"이라며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유행을 따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기마다 요구되는 새로운 기능을 적절하게 추가해가면 사회경제적 가능성을 확장해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수변 재생의 확장성도 강조했다. 그는 "전통 항만은 보통 기존 도심과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한국 대부분의 항만도 리버풀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리버풀의 수변재생은 활성화의 원동력이 머지강변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간적으로 확장돼 원도심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말해 머지강변의 수변재생이 항만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리버풀 전반에 걸쳐 사회경제적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오션테크 코리아> 누리집에서는 행사에 앞서 참가를 위한 사전등록을 받고 있다. 사무국에서는 사전등록자를 대상으로 선착순 100명에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간하는 전문해양매거진 '디오션'을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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