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변화중인 광화문 광장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9 18:00

수정 2020.11.19 17:59

[특별기고] 변화중인 광화문 광장
조선의 개국과 함께 정도전에 의해 조성된 광화문 일대는 조선의 정치를 상징하는 육조가 있던 큰 거리로 애초부터 광장의 개념은 아니었다. 임금이 다니는 어도이기에 행차 등의 행사를 고려하여 처음부터 너른 폭으로 계획됐고 거리 양옆의 육조는 역사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여러 변화를 겪은 이 공간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의 요구가 생기게 되었고 큰 길에서 광장으로 변모를 꾀하는 논의가 시작됐다. 길은 지나가는 곳이고 광장은 모이는 장소이기에 매우 어려운 변화이다. 차량 중심의 길을 보행이 우선되는 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흐름이 편안하게 광장으로 유입되도록 일상과의 경계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은 매우 복잡한 환경의 큰 도시이다.
60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대한민국의 수도로 자리잡고 있으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시간을 달리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혼성의 풍경을 이루고 있기에 이제는 이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서울에 필요한 도시경관은 무엇일까.

시설과 길 그리고 공원과 광장 등의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건축으로 변환되어 일관된 흐름을 가지며 연속적인 경관을 형성하는 것이 좋은 도시경관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경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계획과 함께 장기적인 관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발표한 서울시의 안에는 찬반의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안이 담고 있는 내용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의 안은 완성안이 아닌 과정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지난 4년의 시간동안 광화문광장의 재구조화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원안에서부터 제법 많은 변화를 갖는 획기적인 안까지 수많은 대안이 논의됐지만 하나의 안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담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 논의에는 건축 외에 도시, 교통, 역사, 문화 등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가 참여했고 가능한 선에서 행정의 개입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일반 시민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과정도 함께 하였다. 오랜 논의를 거쳐 중요한 원칙을 정하고 계획의 조건을 정리하여 국제공모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하였고 꽤 많은 계층의 요구를 담아 최종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역시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았기에 합의된 내용을 기준으로 공공을 위해 적정한 변화를 담는 안을 정리했고, 시민의 대표인 시의회가 심의해준 예산을 가지고 이를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의 재구조화는 정치적인 이슈나 경제적인 논리가 우선되지 않는다. 행정 중심의 사업도 아니며 보여주기식의 행사도 아니다. 중요한 원칙은 2020년 대한민국의 국격에 걸맞은 위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계획에 적용되는 조건은 시민으로부터 요구되는 내용을 동시대성에 기초해 사람과 자연 그리고 차량과 많은 시설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경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계획의 시작은 현재의 상황을 점검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기존 현황을 검토하여 장점은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는 점진적이고 진지한 자세가 중요하며 지하 구조와 동상 등의 주요 시설은 유지한 채 차량 흐름의 개선을 위한 차로의 변형을 통해 시민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지금 벌어지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내용은 모든 것을 없애고 다시 구축하는 새로운 건축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조금씩 개선하는 과정의 건축으로 이해하게 된다.


도시의 변화는 완성이 아닌 과정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요구를 담기 위해 계획의 과정에도 일정기간 관찰의 시간이 필요하며 조금씩 고치고 지켜보며 내용을 다시 수정하는 장기적이며 꾸준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은 이러한 변화를 지켜보며 관찰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우의정 메타건축 대표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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