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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또 나온 부동산 대책, 신뢰 잃으면 다 헛수고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9 18:00

수정 2020.11.20 16:13

미안하다 고개 숙였지만
임대차법 손질은 입닫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통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9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통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9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정부가 19일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오는 2022년까지 임대주택 11만4000채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당정은 지난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곧바로 시행했다.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핵심이다.
그 뒤부터 전셋값이 다락같이 오르기 시작했다. 덩달아 월세 시장도 불안해졌다. 이른바 임대차 2법이 전월세 시장을 들쑤셨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24번째 부동산 대책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한마디로 헛발질이다. 진단도 엉터리고 처방도 엉터리다. 이래선 전월세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시계를 약 2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언론은 역전세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역전세난은 전셋값이 뚝뚝 떨어지는 바람에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지금 벌어지는 전세난과 정반대다. 작년 2월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세자금을 돌려주는 것은 집주인이 할 일"이라며 "집주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랬던 전세시장 판세가 180도 바뀌었다. 임대차 2법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당정도 겉으론 정책 실패를 인정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7일 관훈토론회에서 "주거 문제로 고통을 겪는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제사령탑 홍남기 부총리는 19일 "새로 집을 구하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주무장관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새로 전셋집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뿐이다. 실제 나온 대책을 보면 3인의 사과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사과가 진심이라면 적어도 임대차 2법을 다시 손질하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당대표도, 부총리도, 장관도 그에 대해선 입을 꼭 다문다. 이러니 시장에선 부동산 대책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고개를 갸웃한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믿음을 잃은 정책은 곧게 설 수 없다. 스무번 넘는 잦은 대책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자세다. 임대차 2법 재개정은 그 출발점이다.

24번째 대책엔 숙박시설 리모델링을 통한 전세주택 공급안도 들어 있다. 빈 호텔을 전세용 임대주택으로 개조해 활용한다는 발상은 언론의 비웃음을 샀다. 긍정적으로 보면 호텔 활용 아이디어는 눈물겨운 시도다. 문제는 이런 대책이 본질은 놔둔 채 변죽만 울린다는 데 있다. 신뢰가 없으니 무슨 대책을 내놔도 반응이 냉소적이다. 경제학자인 윤희숙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7월 국회 5분 연설에서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라며 전세 소멸을 예측했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 의원의 말이라도 올바른 지적은 수용하는 게 참용기다.
그게 다람쥐 쳇바퀴식 대책을 내놓은 것보다 백배는 낫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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