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나톡]리커창 "인민 불만 많다"… 中 서열 1, 2위의 미묘한 갈등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9 18:09

수정 2021.01.08 13:19

14차 5개년 계획 수립 앞두고
소득 분배·민생 복지 소신 발언
시진핑 APEC CEO 대화 참석
"디커플링 않고 대외 개방 확대"
중국 권력 서열 1, 2위인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과 리커창 총리가 19일 국내외 발언 수위를 높였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 총리가 시 주석의 뒤를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중국 권력 서열 1, 2위인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과 리커창 총리가 19일 국내외 발언 수위를 높였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 총리가 시 주석의 뒤를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1, 2위인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이례적으로 동시에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 냈다.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한 대외적인 발언을 이틀 연속으로 이어 간 반면, 리커창 총리는 소득분배 불만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같은 총리의 소신 발언은 시 주석의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다는 점에도 주목된다. 최근 중국 안팎에선 중국 내에서 권력서열 1, 2위간의 미묘한 갈등이 조명되기도 했다.

시 주석은 19일 미국을 겨냥해 "중국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고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외교 공식 자리에서 이를 수차례 언급해왔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화상회의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대화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경제와 국제 체계에 깊이 통합돼 있다"면서 "우리는 디커플링을 꾀하거나 배타적인 '작은 서클'을 만들어 역사의 추세를 거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방은 국가 진보의 전제이며 폐쇄는 낙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만연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외개방은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 "대외개방 안 멈춰"

시 주석이나 중국 지도부가 일방주의나 보호주의, 디커플링을 비판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더 많은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며 양자 또는 다자간 투자·무역 메커니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국은 최근 15개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3·4분기에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 플러스 성장 속도를 올린 것을 언급하며 "중국 경제의 강인함과 활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중국의 대외적인 발언에 집중한 반면 리커창 총리는 중국 인민의 불만을 끄집어냈다.

리커창 총리는 주택부터 소득 분배까지 인민의 불만이 크다고 소신 발언했다.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는 시점에 나와 그 배경이 주목되는 점이다.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14차 5개년 경제계획 시기 경제사회 발전의 지도 방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제)발전의 근본 목적은 민생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라며 "(그러나)현재 인민 대중의 교육, 의료, 주택, 소득분배 등 방면에서 불만이 여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관영 매체를 통해 그 동안 수차례 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고 홍보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016년~2020년 경제발전계획을 담은 13차 5개년 계획에서 빈부격차 해소 등 분배를 중요 목표 중 하나로 설정했고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밝혀왔다.

■리커창 '소신발언'에 미묘한 갈등

리 총리가 분배에 불만이 여전하다고 발언한 것은 실제 생활이 이와 같지 않다는 것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중국은 13·5계획의 마지막 년도인 올해 상반기에도 1인당 가처분소득 실질 증가율이 1.3% 감소한 반면 가계부채율은 2011년 1분기 28%에서 20년 2분기 60%까지 대폭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19 충격 이후 경제가동 중지와 일자리 감소 등은 감안해야 한다.

리 총리는 "발전 불균형과 불충분 문제가 여전히 두드러진다"면서 "구조적·체계적 문제들이 서로 얽힌 가운데 혁신 능력은 질적 발전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생태 환경, 민생 보장 등 방면에서 부족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1인당 수준은 높지 않다"면서 "우리가 산업 현대화, 국민 생활, 생태 환경 등 영역에서 선진국 수준에 접근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리 총리의 이른바 '소신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거론하며 "6억명의 월수입은 겨우 1000위안(약 17만원) 밖에 안되며 이로는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를 두고 시 주석 중심의 권력 체계에 맞서는 것이라고 판단하기엔 무리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부 '소신'으로 해석될 수 있어도 전체적인 맥락은 중국 지도부가 내놓은 장기경제발전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쪽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청사진은 이미 마련됐으니 분투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주위에서 더욱 긴밀히 단결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해 더욱 새롭고 큰 공헌을 하자"고 말했다. jjw@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