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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항공사 합병 '골든타임' 놓쳐선 안된다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9 18:25

수정 2020.11.19 18:25

[현장클릭] 항공사 합병 '골든타임' 놓쳐선 안된다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얘기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바로 '골든타임'이다.

골든타임은 환자의 생사를 결정 지을 수 있는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기에 사실 데드라인과 다름없다.

최근 정부가 산업은행의 유상증자를 통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추진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KCGI(강성부펀드)-조현아 3자연합 측은 이번 인수가 '밀실야합'이라며 한진칼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한진칼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하는 것은 현 경영진에 대한 특혜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과거 한진해운의 실패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해운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단순히 숫자에만 매몰되면서 결국 한진해운은 파산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불황에도 해운업은 반대급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항공업은 한 나라의 국격을 대표하는 기간산업이다. 최근 글로벌 항공산업은 경쟁 심화 및 코로나 장기화로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고, 회수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최소한의 출혈로 회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정부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이번 인수를 발표하면서 "단일 국적항공사가 지니게 될 국가 경제 및 국민 편익·안전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항공산업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해 신속히 통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로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말고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보다 발전적인 방향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논의의 무게중심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가능성에 둘 게 아니라 통합 이후 어떻게 잡음 없이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맞춰야 한다.

한진그룹은 이번 통합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또 산은과 맺은 투자합의서에서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 7가지 의무조항을 두고 위반 시 위약금, 지분회수 등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안팎에선 제대로 진행이 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제는 통합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들이 제대로 이행이 될 수 있도록 살펴보고 감시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통합 항공사가 이륙준비를 마치고 활주로에 들어서고 있다. 비행기가 뜨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속도가 수반돼야 한다.
어느 때보다 '타이밍'이 중요한 시점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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