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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변화하는 스포츠 환경과 체육계의 역할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2 18:00

수정 2020.11.22 18:00

[차관칼럼] 변화하는 스포츠 환경과 체육계의 역할
스포츠는 우리에게 신체적 건강과 삶의 질을 보장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의 선전을 응원하며 모두가 하나가 되는 국민적 자긍심도 움튼다. 학생들은 스포츠 영웅을 보며 꿈을 키우기도 한다. 이처럼 스포츠는 국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가가 스포츠에 재정을 투입하는 이유다.

올해는 1920년 조선체육회가 결성돼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개최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기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잇따른 승전보는 고단했던 국민들에게 커다란 위안과 함께 자부심을 심어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승리지상주의에 매몰돼 폭력·성폭력 등 인권침해, 학생선수의 학습권 침해 등 각종 폐해가 나타나게 됐다. 이에 더해 이제는 인구구조와 사회환경 변화로 인해 엘리트 스포츠 전반에서 선수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009년 8만7000명이던 초중고 운동선수는 2017년 5만7000명으로 34% 줄었다. 오로지 운동만 하는 구시대적인 엘리트 학교운동부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선수 양성이 어렵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일반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로 인한 스포츠 향유권에 대한 요구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포츠클럽과 같은 생활체육 저변을 확대해 거기서 엘리트 선수가 발굴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엘리트 체육 일변도에서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민관합동 스포츠혁신위원회는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혁신을 위해 52개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권고안의 핵심은 그동안 인권침해 등 수많은 폐단을 야기했던 승리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스포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스포츠로 국민건강과 행복의 질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체육계 일각에서는 혁신위의 권고가 체육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현장은 어떨까. 2011년부터 시작된 유소년 축구 주말리그의 경우 전국 800여개 팀이 평일 정규수업 후 훈련하고 주말에 리그 경기에 참가하는 형태로 정착됐다. 정부에서는 축구를 포함해 학생들의 주말리그 확산을 위해 올해도 91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17년 대학운동부 선수들에게 최저학력기준을 도입한 이후 대회 참가 불가 학생선수 비율이 7.1%였으나 2019년에는 1.8%로 대폭 낮아졌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운동과 학업이 같이가야 한다는 현장의 인식은 혁신위의 권고 이전부터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체육단체들은 이제 스포츠 환경 변화에 거부감을 보일 것이 아니라 그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 정부 역시 체육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권고한 정책들이 현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반면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의 동력, 남북교류 확산에 이바지했던 스포츠의 긍정적 에너지를 정작 국제 스포츠외교 무대에서는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위상과 역할을 다시금 고민해야 할 시기다. 1960년대 대한체육회에 통합된 이후 유명무실해져버린 KOC의 기능을 '국제올림픽과 스포츠외교 전문기관'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 강국 위상에 걸맞게 스포츠 외교력을 강화하고 국제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에겐 이미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을 배출한 풍부한 인적자원이 있다.
이제 그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역할을 발휘할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다.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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