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본업보다 부업 치중하는 회계법인

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3 18:00

수정 2020.11.23 17:59

[기자수첩] 본업보다 부업 치중하는 회계법인
상장사이거나 일정 규모 이상인 비상장 법인은 회계법인의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면 회계법인의 눈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기업의 설립목적은 이윤추구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위법과 편법이라는 샛길로 이탈해 감시를 벗어나려 한다. 그런 자들의 경로를 추적해내는 주체가 회계법인이다.

회계법인은 민간영역에 속하면서 그 어느 집단보다 공적 역할이 강조되는 집단이다.
이들에게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회계법인 본연의 임무는 회계감사이지만, 감시만 하진 않는다. 대개 규모가 있는 회계법인들은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세무·경영자문(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한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 거대한 회계부정 사건이 사회를 덮친 이후 회계법인과 회계사에게 지워지는 법적 책임이 무거워졌다. 촘촘해진 법의 감시망을 뚫으려면 더 교묘하고 은밀한 수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죄질이 나빠지는 데 따라 처벌 수위도 높아진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리스크가 거의 없거나 적은 컨설팅 업무는 회계법인에 최적의 대안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19사업연도 회계법인 사업보고서 분석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외부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회계법인들의 2017사업연도 경영자문(컨설팅) 매출은 감사 매출보다 적었지만 2018년부터 웃돌더니 지난해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컨설팅 업무는 그 결과가 부실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적기 때문에 회계감사 부실보다는 책임이 가볍다.
게다가 회계법인 입장에서 감사 수임료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니 회계감사 업무보다 컨설팅 업무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게 이익이다.

감사업무 부실 등의 사유로 회계법인이 피소된 건수와 소송금액은 2017년 99건 3192억원에서 2018년 120건 7786억원, 2019년 124건 8872억원으로 늘고 있다.
2019년의 경우 외부감사 수행실적(건수)이 전년보다 되레 3.3%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땅히 감사 소홀로 비칠 만한 통계다. 본업보다 부업을 잘하는 파수꾼에게 시장감시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

map@fnnews.com 김정호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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