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재난지원금, 무료급식이 아니다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3 18:00

수정 2020.11.23 18:00

[기자수첩] 재난지원금, 무료급식이 아니다
재난지원금은 무료급식하곤 다르다. 대상자가 특정되기 때문이다. 급식 대상자 중에 밥을 먹지 않은 학생은 없다. 밥 먹는 이가 부자든 가난한 자든 상관없이 밥값은 정부가 부담하는 게 무료급식이다. 무료급식에 대한 이견도 적잖겠지만, 국민 대부분이 무료급식에 동의한다는 것은 앞선 선거를 통해 증명됐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은 이와 다르다.
재난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 사람이 지원 대상이다. 누가 봐도 코로나19 탓에 피해를 크게 입었다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가 대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올 들어 두 차례 지급된 지원금은 무료급식처럼 지급됐다. 예컨대 100명이 함께 쓰는 사무실에서 의자 5개가 망가졌다고 의자 100개를 모두 바꾼 셈이다. 망가진 의자 5개만 새로 사는 게 옳은 판단이란 걸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멀쩡한 의자 95개도 새 의자로 바꿔준다면 싫어할 사람은 없다. 의자 5개를 새로 살 돈이면 해결할 일을 멀쩡한 의자 95개까지 모두 새로 산 탓에 20배의 돈을 더 썼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결정이 떨어지기 무섭게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또다시 멀쩡한 의자 95개까지 바꾸자는 주장이다. 이에 나라살림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은 한숨을 내쉰다. 사상 최고치로 불어난 나랏빚 때문이다.

실제 올해 9월까지 국가채무는 800조3000억원이다. 지난해 말(699조원)보다 100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38.1%이던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어섰다. 2024년 국가채무비율은 59%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바꿀 의자'는 분명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가구당 월평균 사업소득(87만9800원)은 1년 전보다 4.9% 감소,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16년 만에 가장 큰 감소했다.
2단계로 격상했던 지난 8~9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에선 사업소득이 줄면서 저소득층으로 내려앉은 이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이들이 어려워지면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전 국민 지원을 고집하다 지원이 꼭 필요한 이들에 대한 지원까지 막히진 않을까 걱정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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