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임용학원 집단 확진, 남일 아냐"… 공포감에 텅 빈 학원가 [현장르포]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3 17:13

수정 2020.11.23 18:48

노량진 학원가
휴강에 강의실 불 꺼지고 한산
스터디룸·카페 예약 모두 취소
"시험 못치를라" 취준생 발동동
주변 노점상 대부분도 문 닫아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한 공무원 학원 교실이 휴강으로 불이 꺼져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한 공무원 학원 교실이 휴강으로 불이 꺼져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 노량진 임용단기학원 출입문은 23일 굳게 닫혀 있었다. 이날 낮 12시 기준 8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곳이다. 코로나19 관련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문틈으로는 조명이 꺼져 썰렁한 복도만 보였다. 건물 주변을 서성이자 경비원이 나와 "확진자가 발생해 아무도 없다"고 짧게 답할 뿐이었다.


"사물함 비우러 왔어요"


이날 임용단기학원 주변은 초토화 상태였다. 학원 앞에 위치한 10여개의 컵밥 노점상들의 문도 모두 닫혀 있었다. 확진자의 동선과 겹쳐 노점상인들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갔기 때문이다.

학원 인근 매장들도 대부분 텅 비어있었다. 한 카페 관계자는 "학원이 이전을 앞두고 특강을 열었는데 그 특강에 확진자가 다녀가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라며 "집단 확진으로 번지면서 학원 주변으론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주변에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캐리어를 끄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노량진 일대 대형 학원들이 휴강하면서 사물함을 비우러 온 것이다. 고시학원들의 강의실은 불이 꺼져있었고 복도는 한산했다. 일부 강의실에선 강사가 홀로 카메라를 응시한 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 대형학원 복도에서 만난 공무원 준비생 박모씨는 "지난 토요일까지만 해도 수업을 들으러 왔는데 오늘은 짐을 빼러 오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며 "학원도 휴강을 하고 코로나19 위험도 높으니까 일단 집에서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상황은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등 학습시설도 다르지 않았다. 한 스터디룸은 주말부터 이날 오전까지 모든 예약이 취소됐다고 한다. 지난주 금요일 같은 시간대 절반가량 차 있던 한 스터디 카페는 이날 학생이 4분의 1가량 밖에 없었다. 이 스터디카페는 임용단기학원 관련 확진자가 방문해 손님이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스터디룸 관계자는 "대출을 받아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이번에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하소연했다.

"확진자에게 별도 시험장 마련을"


취준생 사이에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특히 노량진 학원 관련 확진자 67명이 지난 21일 시행된 중등임용고시에 응시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취준생들은 학원관련 진단검사 대상자 537명이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 것처럼 확진자들에게도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는 이와관련 지난 22일 "사전에 '확진자 응시불가'고지를 했기 때문에 추가 시험 등 구제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20대 김모씨는 "몇 년간 시험을 준비한 학생들도 있는데 시험조차 보지 못한다면 정말 허탈할 거 같다"며 "수능시험은 확진자도 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지 않았나. 공무원이나 임용고시 응시자도 확진 판정을 받아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준비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공무원 준비생 20대 조모씨는 "확진자에게 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증상을 숨기고 시험을 보는 사람도 생길 것"이라며 "시험장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 코로나19가 전파된다고 생각하면 학생들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도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열심히 다닌 학생들이 불쌍하다"며 "남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24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카페 매장 내 음식과 음료 섭취가 모두 금지된다.
휴원으로 학원을 갈 수 없는 학생들은 집을 제외하곤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은 처지가 됐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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