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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평] 여성가족부 파이팅!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3 18:00

수정 2020.11.23 18:00

[fn시평] 여성가족부 파이팅!
지난주 퇴직한 여성 공무원들을 만났다. 이번 모임에서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실언 논란이 화제에 올랐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치러지는 내년 보궐선거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 인지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답변했다. 다들 한마디씩 한다. 어떻게 여가부 장관이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느냐는 비판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것은 논외로 하고, 주로 공무원의 역할과 조직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공직 근무 경험이 있으니 일반인과는 궁금해하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다.
공무원이 써준 것을 그대로 읽은 것일까? 본인의 가치관에 의한 소신 발언일까? 보통 본회의나 예결위 정책 질의서는 정확한 답변을 위해 질의서를 미리 주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있다. 사실 누가 써준 것이 무엇이 중요하랴?

당연한 말이지만 결국은 발언한 사람의 책임이다. 그러면 평소 장관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동안 아무도 짐작 못했을까? 짐작한들 그런 가치관이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현재 관료제 공직 문화에서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예견하고 이를 발언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진 부처는 진짜 건강한 조직이다. 사표를 냈다가 취소하는 등 민망한 모습을 연출하는 장관들은 한둘이 아니다. 장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상징성을 갖는다. 정부의 견해를 대표한다. 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인사행정 전문가인 이창길 세종대 교수는 '인사혁명'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저서에서 이 교수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조직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직장민주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사회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은 기존 관료제의 경직된 체제에서는 해결하기 어렵고, 서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음으로써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성정책처럼 여러 부처에 권한이 분산돼 있고, 국민의 의식이 예민하게 나눠지는 이슈는 더더욱 자유로운 의견수렴이 필요하기에 이 교수의 주장이 와닿는다. 그런 면에서 여가부는 그동안 전문가 의견수렴, 직원 집단토론 등 앞서가는 조직문화의 모범을 보여 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조직문화가 계속 계승되고 발전돼야 한다.

이번 일을 구실로 야권 일부에서는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도 있다. 하지만 장관의 발언 하나로 그렇게 단언하는 것은 과도하다. 그동안 여가부는 남녀차별적 관행을 앞장서 개선하고, 여성인권 보호정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수준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혼가정 양육비 문제나 학교 밖 청소년 등 소외계층을 보다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만난 국회 여성가족위 소속 국회의원이 "여당 고위층의 권력형 성범죄를 문제가 있다고 여가부 장관이 이야기하면 청와대에서 문제 삼느냐"고 내게 묻는다.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답변하기 어렵다. 그동안 정부 내에서 목소리를 낸 여가부 장관도 많이 있었다.
정부 내의 야당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대한민국 여성의 대변자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과감하게 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가부가 존재 의의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을 구현하는 일에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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