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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뜨거운 감자' 퇴직연금, 변화가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3 18:00

수정 2020.11.23 18:00

221조원 수익률은 바닥
기금형 도입도 검토하길
지난 1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뉴시스
지난 1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뉴시스
근로자 노후대책 중 하나인 퇴직연금이 뜨거운 감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국회에 전했다. 앞서 경총은 지난 2일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에도 반대의 뜻을 밝혔다. 두 법안은 내용은 다르지만 퇴직연금을 활성화하자는 방향은 같다.
한정애 의원안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안호영 의원안은 퇴직연금 도입을 기업에 강제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물리는 게 골자다.

근로자들도 퇴직연금에 불만이 크다. 지난주 서울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서울학비연대)는 퇴직연금을 현행 확정기여형(DC)에서 확정급여형(DB)으로 바꿔달라며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서울학비연대는 초·중·고 급식조리사, 돌봄전담사 등이 소속된 단체다. 특정 단체가 퇴직연금을 이유로 파업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확정급여형은 퇴직금 액수를 미리 정해놓고 받는다. 확정기여형은 운용실적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서울학비연대는 퇴직금의 수익보다 안정을 중시했다.

221조원 규모(작년말 기준)의 퇴직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은 천차만별이다. 근로자라고 다 DB형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이는 DC형을 선호한다. 투자를 통해 퇴직금 원금을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형별 운용실적을 보면 작년 말 기준 원리금보장형은 수익률이 1.77%에 그친 반면 실적배당형은 6.38%를 기록했다.

자율적인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도 고려할 때가 됐다. 기금형은 퇴직금을 전문 수탁사(기금)에 맡겨 굴리자는 발상이다. 연금 선진국에서 기금형은 뿌리를 내린 지 오래다. 기금형은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투자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물론 기금형 도입을 가장 바라는 곳은 수탁사 역할을 할 국내 금융투자업계다. 하지만 기금형이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전통적으로 퇴직금은 근로자에게 최후의 보루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래서 남이 손대는 걸 싫어한다. 퇴직 '연금'이라는 용어가 무색하게 연금 수령비율은 3%도 채 안 된다. 나머지는 종전처럼 일시불 수령이다. 퇴직연금이 본받아야 할 모델은 맏형 국민연금이다.
790조원(8월말) 규모의 국민연금은 안정과 수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처럼 되려면 신뢰 형성이 급선무다.
예컨대 기금형을 도입하되 시범사업을 통해 수익률 트랙 레코드를 차근차근 쌓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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