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지방 부채규모, 사실대로 말해야" 리커창, 중국 경제에 또 쓴소리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5 18:11

수정 2020.11.26 00:30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5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 전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5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 전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권력서열 2위 리커창 중국 총리가 연이어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주택과 소득분배 등에서 주민 불만이 많다고 지적한데 이어 이번에는 지방정부에게 지역 경제 숨겨진 부채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라고 명령했다. 25조8000억위안(약 4223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천문학적 규모의 지방 부채에 대한 경고 차원이다.

이런 잇단 강성 발언은 자신의 업적에 대한 대중의 정당한 평가를 받으면서 퇴진 후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 20일 광둥성, 산둥성, 윈난성, 후난성, 헤이룽장성 등 지방정부 관리들과 경제상황에 대한 화상 회의를 열고 이처럼 지시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를 촉진하며 효과적인 투자 확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역 경제 상황에 대해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영 매체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그의 발언은 현재 지방정부의 재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에 배경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지방정부는 재정수입 감소와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재정압박 강도가 심화돼 왔다.

리 총리의 소신은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서도 비슷하게 피력됐다. 그는 이달 18일자 신문에서 '14차 5개년 경제계획(2021~2025년) 지도방침'이라는 제목으로 "(경제) 발전의 근본 목적은 민생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인민 대중의 교육, 의료, 주택, 소득분배 등 방면에서 불만이 여전이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관영 매체를 통해 그 동안 수차례 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고 홍보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 지도부는 13·5계획에서 빈부격차 해소 등 분배를 중요 목표 중 하나로 설정했고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자랑해왔다.

전문가들은 리 총리의 이 같은 행보가 중국 지도부가 바뀌는 2022년 당대회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3연임 가능성이 큰 시진핑 주석에 비해 자신은 퇴진이 분명하기 때문에 재임 기간 활동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희석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회복하겠다는 속내가 깔렸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 소식통은 "퇴진하면 지난 10년간의 부정적 평가에 대한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안전을 도모하고 재임기간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리 총리가 언급한 숨겨진 부채의 근거지로는 지방정부가 만든 특수법인 지방정부자금조달기관(LGFV)이 지목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지방정부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LGFV 주요 역할이다. 때론 담보가치 이상으로 대출을 받거나 아예 담보 설정을 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방정부 부채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은 지방정부가 쓰면서도 빚은 LGFV에게 떠넘기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LGFV 채권은 지난해 말 9조4000억위안이었으며 올해 말에는 11조6000억위안(약 1954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일본 노무라증권은 전망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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